삼성전자 김택훈상무, 濠 CDMA시장 뚫었다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24분


삼성전자 정보통신해외사업부장 김택희(金澤熙·48)상무는 이달초 홍콩의 한 호텔에서 초조한 심정으로 방안을 서성대고 있었다.

2억2천만달러 이동통신장비 수출건을 놓고 호주 허치슨사의 해외담당사장 쿠첵니에게 며칠전 “더이상 계약을 지연하면 삼성은 포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호텔 체크아웃까지 마쳤다. 막 일어서려는데 허치슨쪽에서 전화가 왔다. “경쟁사인 모토롤라에서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삼성과 계약하겠다”는 내용.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장비를 처음 대규모로 수출하는 순간이었다.

허치슨사에 앞으로 10년간 통신장비에서 망설치,운영 및 유지보수, 단말기 등 이동통신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턴키베이스로 수출하는 좋은 조건이었다.

수주전에는 모토롤라 노텔 루슨트 등 세계 유수의 통신장비업체들이 뛰어들었다.

노텔은 호주 최대 통신사업자인 텔스트라에 이동통신장비를 공급한 경험을, 루슨트는 CDMA 세계시장의 최대 점유율을 무기로 내세웠다. 모토롤라는 허치슨과 홍콩 인도 등에서 사업을 같이한 파트너. 뒤늦게 뛰어든 삼성은 이들보다 5∼10% 싼 가격과 한국에서의 성공경험, 뭐든지 열심인 ‘정성’으로 허치슨 관계자들을 공략했다.

삼성과 모토롤러가 최후의 경합자로 남았다. 허치슨은 모토롤라에 마지막 조건을 제시하고 답을 기다리느라 계약을 한 달 이상 차일피일 미뤘다.

김상무는 결국 “더이상 연기하면 수주를 하더라도 예정대로 시스템을 공급하기 어려워 포기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16일 최종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김상무는 “가장 어렵다는 선진국 장비시장을 뚫었으니 내년에는 미국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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