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斷種땐 사회적 손실 1조원 추산』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48분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이 1년후 단종되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까.

전문가들은 적게 잡아도 5천억∼1조원의 사회적 손실 및 시간 인력의 낭비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받기로 한 2천만달러(2백80억원)의 20∼40배가 되는 비용이다.

▼문서파일변환〓국내에 보급된 PC는 6백만대 정도. 이중 3백만∼4백만대의 PC에 ‘아래아한글’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물론 정품이 아닌 복제판 프로그램이 절반을 넘는다.

‘아래아한글’이 단종되면 이들 PC의 워드프로세서를 모두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그동안 만든 문서파일도 다른 워드파일로 변환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워드프로세서도 ‘아래아한글’파일을 100% 완벽하게 읽어낼 수 없다. 표나 그림 파일은 변환 과정에서 깨지기 일쑤다. 특히 ‘아래아한글’은 한글고어 등 1만여자를 표현하는데 비해 MS워드는 2천3백50자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아래아한글’사용기관 교체비용 낭비〓‘아래아한글’을 공식 문서로 사용한 기업이나 기관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낭비가 예상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아래아한글’ 2천카피를 단체로 구입, 본청 전직원이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전산정보담당관 이봉화(李奉花)과장은 “모든 공문서를 ‘아래아한글’로 작성해 보관하고 있는데 단종된다면 대책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도서관 등에서 ‘아래아한글’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경우에도 워드파일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씩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베이스는 아예 쓸 수 없게 된다.

▼워드사용자 재교육〓‘아래아한글’은 개인사용자만 3백만명을 넘는다. 이들이 다른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글과컴퓨터 공인학원 70여군데를 포함, 대다수 학교와 학원에서 ‘아래아한글’로 워드프로세서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이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다시 교육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래아한글’로 워드프로세서 기능사 1,2급 시험을 치른 사람도 자격증이 ‘휴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이민화벤처기업협회장은 “3백만명이 10시간씩 재교육을 받을 경우 3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워드를 PC에 기본 장착〓‘아래아한글’이 사라지고 MS워드가 시장을 지배할 경우 PC를 구입할 때 윈도95처럼 MS워드를 기본으로 장착하게 된다. 국내 PC 보급대수가 연간 2백만대라고 가정하면 워드 한 카피에 5만원씩 계산해도 1천억원이 MS의 호주머니로 그냥 들어간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