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성격은 유전되는 것일까. 사람은 어떻게 사물을 기억하고 스스로 학습할까. 통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1백억분의 1㎝ 크기의 로봇을 만들어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과학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갖고 있는 「동심」같은 과학적 의문에 대한 연구가 착수된다.
과학기술처는 11일 「창의적 연구진흥사업」과 관련, 행동유전 인공시각 자외선우주망원경 등 27개 과제에 대해 향후 9년간 과제별로 매년 최고 2억원씩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사업에 뛰어든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은 「직장생활」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입장. 연구원은 이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연구를 일절 할 수 없고 대학교수는 일주일에 강의시간이 3시간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 그럼에도 이 사업에는 4백13개 연구팀이 신청서를 내 15대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지원과제로 선정된 연구주제들은 한마디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진 것이 대부분. 비대칭반응 연구의 경우 「화학결합이 꼭 대칭일 필요는 없다」는 콜럼버스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화학결합이 비대칭 구조를 갖게되면 두가지 반응이 가능한 새로운 화학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조직과 달리 재생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심장근을 재생시켜 보겠다는 연구도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공상영화에 등장했던 나노밀리미터(㎚·1백억분의 1㎝) 크기의 로봇 제작도 지원과제. 이 마이크로로봇은 인체의 특정부위에 약물을 전달해주거나 센서 촉매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유전 연구는 사람의 사회성이나 공격성이 유전적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구명하겠다는 것. 비만유전자와 불면증 자폐증 등에 유전적 영향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는 만큼 천성에 대해서도 유전적 해석을 벌일 계획이다.
뇌의 주요 기능인 학습과 기억능력 과정을 밝히는 연구도 시작된다. 칼슘공급을 조절하면 실험쥐의 뇌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과정을 역추적해 학습과 기억능력의 「미로」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통증의 원인 △우주자외선을 이용한 우주의 나이 측정 △세포 사멸 과정과 원인에 관한 연구 등도 추진된다.
과기처는 『처음 시도되는 창의적 연구는 지금껏 연구되지 않았던 분야나 실용적 파급이 예상되는 기초과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선진국에 의존하지 않는 획기적 발견과 발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