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플라자]웹진「ch.10」,중고생 취재진 구성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어른들이 보는 10대의 모습은 싫다. 우리의 눈으로 우리를 보고싶다」. 이같은 소망을 담은 10대에 의한 10대를 위한 10대의 「웹진」(인터넷잡지의 준말)이 국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인터넷전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기술 및 제작지원을 맡고 10대들이 기획과 취재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ch.10(www.ch10.com)」은 사이버공간에 자유로운 이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웹진의 취재진은 중2부터 고3까지의 10대들 15명. 미국 홍콩 캐나다의 교포학생들까지 제작에 참가하고 있다. 제작상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것. 인터넷 전자메일로 아이디어와 원고를 보낸다. 심지어 디자인파일도 인터넷으로 전송하기도 한다. 보내온 각종 자료들은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취합해 웹에 띄운다. 제작진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일명 폭탄머리로 불리는 김진홍군은 중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 밴드마니아다. 랩과 펑크를 좋아하는 김군은 언더그라운드밴드를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이 곳에 띄우고 있다. 이미 첫타자로 「허벅지밴드」를 소개했다. 요즘은 아예 밴드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할 친구를 찾고 있다. 물론 이같은 활동을 부모도 알고 있다. 울산 학성고 3학년인 임종호군(18)은 『친구들이 「저것도 인간이냐」고 하지만 난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임군은 현대시를 시인별로 정리한 홈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안영재군(16)은 대화실 아이콘을 디자인해 이들에게 인터넷으로 보내주고 있으며 한 중학교 2학년생은 자신의 직업을 학생이 아닌 「ch.10제작자」로 적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곳에서는 10대들만의 엉뚱하면서도 급진적인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를 없애자」는 것. 학교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자 필리핀 대만의 학생들이 이곳에 들어와 「한국학생들이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는 위로의 편지를 띄워놓았을 정도. 「ch.10」의 선장격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은정양은 『처음에는 공부때문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적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며 『좋아하는 것은 밤을 새우면서까지 하는 10대들의 특징을 이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 ch.10은 어떤 웹진 ▼ 「ch.10」에 들어가 처음으로 갖는 느낌은 「놀랍다」는 것. 각종 다양한 메뉴로 10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담았고 위트와 풍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대중매체의 인기가요 순위에 반박해 만든 「WORST 10」. 공교롭게도 현재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10대 취향의 가요들 대부분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이런 노래들이 이들의 생각을 담기보다는 오히려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꼰느」라는 코너도 눈에 띈다. 칸영화제가 어른들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라면 이 코너는 10대들의 시각으로 10대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보자는 것. 여기에는 「제발 내 식대로 보고 내 맘대로 느끼고 내 머리를 굴려 영화를 읽자」는 부제가 붙어 있다. 또 「내가 보는 세상」도 10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메뉴다. 한 학생은 「날라리론」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날라리들의 세계를 신랄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날라리를 「기회가 있어도 자기 손으로 포기하는 애들」로 규정하고 있다. 웹진에서 유일하게 10대들이 아닌 사람이 만드는 메뉴가 「세상이 보는 나」이다. 선생님들로 구성된 교육사진연구회가 학교와 거리에서 찍은 10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려놓았다. 이태원거리에서 삐끼로 활약중인 10대와 오후 5시면 어른이 되고싶은 여고생들 등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한편 매월 10일 10시에 다음호가 인터넷에 뜨는 이 웹진의 다음호 주제는 「10대 우리들의 성」. 자유게시판에 빗발치는 성관련 대화들을 체계적으로 접근해 분석해보자는 시도다. 이를 위해 현재 「자신이 본 야한 영화 50자 이내로 소개하기」 「스스로 만드는 야한 소설」 등의 원고를 10대들로부터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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