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컴 애물컴]「플러그 앤 플레이」 말뿐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3분


「金鍾來 기자」 「컴퓨터도 종종 파업(?)합니다」. 대학 2년생인 K군은 학교보다 용산전자상가를 더 많이 찾는 컴퓨터마니아. 어릴 때부터 주위 친구들의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수리해주는 일에 잔뼈가 굵어왔다. 부품만 손에 쥐면 앉은 자리에서 컴퓨터를 뚝딱 조립해낸다. 이러한 K군조차 최근 컴퓨터 광고에서 「컴맹을 위한 손쉬운 PC」「온 가족이 함께 쓰는 편리한 컴퓨터」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는 단호하게 『컴퓨터는 아직도 다루기 쉽지 않은 물건』이라고 잘라 말한다. 물론 자동으로 작동하고 바로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실제로있다면 그보다 좋은 정보화도 없을 것이다. 지난 95년 8월 본격적인 아이콘 명령(GUI) 방식인 「윈도95」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컴맹 없는 정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믿었다. 누구나 컴퓨터 명령어를 익힐 필요없이 그림만 보고 마우스를 눌러 쓸수 있다는 선전때문이었다. 「윈도95」가 나온 지 이미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감히 컴퓨터가 쉽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K군은 특히 컴퓨터에 들어가는 사운드카드나 CD롬드라이브 모뎀 등을 설치할 때마다 「플러그 앤 플레이(PnP)」 기능이 제멋대로 인 것에 놀란다고 한다. PnP는 윈도95가 설치된 PC에다가 주변기기를 꽂는 것(Plug)만으로 작동한다(Play)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기술. 그러나 마니어들은 윈도95가 설치된 PC에서 하드웨어가 자동으로 읽히고 작동한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주변기기들은 대부분 PnP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또 윈도95가 나온 뒤에 새로 개발된 하드웨어도 PnP와는 거의 무관하다. 이들 주변기기는 따로 업체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줘야 쓸수 있게 된다. 컴맹에게 이러한 작업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처음에는 잘 설치된 주변기기끼리 충돌을 일으켜 컴퓨터가 잘못 작동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K군은 『PC통신에 있는 하드웨어 관련 게시판에는 온통 컴퓨터에 들어간 다양한 주변기기끼리 충돌하면서 작동이 안된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한다. 얼마 전엔 국내 PC메이커 S사가 판매한 PC에 들어있는 모뎀과 사운드카드 기능을 함께 발휘하는 통합보드에서 통신과 음향 기능이 충돌해 모두 교체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을 한번 겪으면 사람들이 왜 「꽂으면 작동한다」는 뜻의 「Plug and Play」를 「꽂으면 제 멋대로 논다」고 해석하는지 비로소 납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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