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만능컴 애물컴]느려터진 「忍터넷」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洪錫珉기자」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다」 「정보의 바다로 떠나라」.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가 온 걸까. 어느새 우리 주위엔 온통 인터넷 얘기 뿐이다. 열에 일곱 여덟은 인터넷이 뭔지도 모른다는 통계가 진짜일까 싶을 정도다. 인터넷을 모르면 살 수 없다는 무언의 압력이 서서히 우리를 죄어오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 C씨(26)는 경력 6개월의 중급 네티즌. 매일 한 두시간씩 인터넷을 여행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별탈없이 인터넷을 이용하던 C씨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달. 모처럼 들른 서점에서 컴퓨터 잡지를 한권 산 것이 화근이었다. 애독자 사은 잔치에 응모했다가 1년간 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는 사용자이름(ID)을 얻게 된 것.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에 맛을 들이면서 점점 늘어만 가는 전화비가 부담스럽던 차에 인터넷 사용료만이라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터넷 환경을 쉽게 설정해준다는 「스타터킷」을 받아온 C씨는 주저없이 작업에 들어갔다.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경력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면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 성공적으로 설치를 마쳤다는 메시지가 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접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계속 접속 실패.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한 C씨는 『예전에 사용하던 인터넷 환경과 충돌이 나는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이전 프로그램을 지워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7,8차례에 걸친 예전 프로그램 제거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리 찾아 지워도 어디에선가 계속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C씨는 고객지원센터를 찾아 컴퓨터 전체를 새로 세팅해야하는 불편을 겪었다. 또다른 회사원 L씨(35)는 인터넷 때문에 성격을 버릴까봐 걱정하는 케이스. 회사일이 끝난 후 집에서 전화선을 이용, 매일 한 두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하는 L씨를 괴롭히는 건 바로 「느려터진 속도」. 화면에 파일 크기가 큰 그림이 있으면 화면을 띄우는 데만 5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 웬만한 파일 하나 다운로드하는 데 한시간 이상 걸리는 것은 예사였다. 게다가 전화는 왜 그렇게 자주 끊기는지. 덩치 큰 파일을 다운로드하다가 이제 겨우 1분 남짓남았을때 전화가 끊기기도 했다. L씨는더이상 성격을 버리기전에 인터넷 이용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중이다.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다」는 인터넷교(敎)의 교리(敎理)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인터넷은 「인(忍)터넷」일 수도 있고 「인(仁)터넷」일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컴퓨터 이용자에게 달린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인(忍)터넷」이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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