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의 패션 談談]〈13〉산타의 패션이 싼티 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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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재미없는 농담 하나. 크리스마스에 ‘울면’은 안 드셨지요?(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일 년 중 이때처럼 아이들의 마음이 후끈한 때도 없잖아요. 가족 모두가 행복해야죠. 이 명절은 단순히 특정 종교의 축제를 넘어서는, 오래전부터 이어온 지구촌 축제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이 많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일본이나 태국, 대만, 중국에서도 캐럴이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주연배우는 산타클로스입니다. 이분이 등장하기만 해도 주위가 환해집니다. 썰렁 유머 하나 더. 산타의 나이는 몇 살일까요? 정답은 아빠와 동갑입니다.(트럼프처럼 어린이들의 꿈을 꺾어서 죄송해요.) 그럼 산타는 상상의 산물일까요? 실존 인물인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 대주교가 모델입니다. 평생을 봉사와 헌신으로 살았던 그는 사후에 수호성인(守護聖人)의 의미를 가진 ‘세인트’라는 칭호를 받았고, 12월 6일은 성 니콜라스의 축일로 정해졌지요. 성 니콜라스의 축일 하루 전날인 12월 5일에 과거 성 니콜라스의 선행을 기념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이 시작됐고 이후 전 유럽으로 퍼졌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유럽의 이민자들에 의해 성 니콜라스는 산타클로스로 아메리카 신대륙에 소개됩니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이 산테클라스라고 불렀는데 미국화된 발음으로 산타클로스로 불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왜 깡마른 근육과 근엄한 얼굴이 보통인 성자가 ‘느끼한’ 빨간 벨벳 의상을 입었을까요. 더구나 검은색 빅벨트와 부츠를 신고요. 록스타도 아니고요. 바로 산타클로스의 ‘산파’가 코카콜라 마케팅팀이기 때문입니다. 매해 겨울만 되면 판매량이 줄어드는 코카콜라는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다 겨울의 가장 큰 축제인 크리스마스 파티에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콘셉트를 도출해 내었습니다. 그래서 성인의 ‘빈한’ 이미지를 버리고 ‘부한’ 옆집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산타클로스에 씌웠지요. 기존 성인(聖人)들의 사제복이 붉은색인 것과 코카콜라의 상징색이 같은 점도 이용했고요. 겨울의 상징인 하얀 눈과 코카콜라의 풍부한 하얀 거품을 산타의 풍성한 수염으로 표현했어요. 이렇게 해놓으니 이 차가운 음료를 겨울에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지요. 이런 이미지 작업이 1931년부터 1964년까지 지속적으로 시행되면서 전 세계인이 떠올리는 현재의 산타클로스가 완성됐습니다.

옷 한 벌이 그 시대의 생활상과 상징을 만들어 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낸 백설공주의 대중적 이미지 때문에 금발의 백설공주는 백설공주가 아닌 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공주를 꿈꾸는 많은 여자아이에게 백설공주 패션은 핼러윈데이 혹는 학예회 때에 꼭 한번 입고 싶은 꿈의 패션이 됐습니다. 세제 상자와 깡통, 코카콜라 병 등을 사용해 대중 예술을 이끌었던 앤디 워홀이 “대중예술은 모든 이를 위한 것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산타의 패션도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 ‘싼티’가 난다고요? ‘싼타’라서 ‘싼티’가 나나요? 원래 대중적인 것은 ‘부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산타 할아버지의 무릎처럼 푹신하고 편안합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산타클로스#성 니콜라스#코카콜라#백설공주#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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