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52〉‘이다’의 띄어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인터넷을 잠깐만 들여다보아도 만나는 오류들이 있다.

로딩중 입니다. (X)
너무 감동 이라 옮겨 봅니다. (X)
대장 이라고 부른다. (X)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아래와 같이 띄어쓰기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로딩 중입니다.
너무 감동이라 옮겨 봅니다.
대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띄어쓰기에 의문을 품어 본 일이 있는가? 국어의 ‘이다’는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이고, 이어서, 인, 이므로, 이니까, 이더라도,
이지만, 일지언정…


모두 ‘이다’가 달라진 것들이다. 어떤 조사도 문장에서 이렇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 ‘가다’나 ‘예쁘다’와 같은 동사, 형용사들뿐이다. 앞말에 붙여 적는 말이 이런 변화를 겪는 일은 없다. 혼동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다’를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하는 이유가 이런 당연함보다 더 커야 관련된 맞춤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잠깐 영어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국어의 ‘이다’처럼 보이는 단어는 무엇인가? be 동사다.

① She is pretty. → 그녀가 예쁘다.
② She is Jinhi.
그녀가 진희이다.

be 동사는 이름 그대로 동사이며 국어와 달리 띄어서 적는다. 이 말은 위 문장들의 be 동사와 우리의 ‘이다’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①의 영문과 우리말을 비교하면서 차이를 확인해 보자. 국어의 ‘예쁘다’는 영어로 무엇인가? ‘pretty’가 아니다. ‘예쁘다’는 영어로 ‘is pretty’이다. 국어의 형용사 안에는 이미 ‘is’가 들어 있다. ‘예쁘다’만 그런 것이 아니라 ‘크다, 작다, 길다, 가깝다’ 등 영어로 번역이 가능한 거의 모든 형용사가 그러하다. 그러니 국어에는 ①처럼 작용하는 be 동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국어에서 ‘이다’를 별도의 동사로 보지 않는 이유다. 이미 형용사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분리할 수는 없다.

국어에 ①의 용법이 없음을 알았으니 국어에 ‘이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②로 한정된다. ②에는 ‘이다’가 서술격 조사인 이유를 밝혀보자.

그녀가 진희이다.

조사는 문장 속 단어에 자격을 주는 일을 한다. 위 문장에서 ‘그녀’는 주어다. 이 단어가 주어가 되도록 자격을 준 것, 그것이 주격 조사 ‘가’이다. 자격을 준 것과 자격을 받은 것을 붙여 적는 것이 우리말의 띄어쓰기 원리다. 이 문장의 서술어인 ‘진희이다’를 보자. ‘진희’가 서술어가 되도록 자격을 준 것이 무엇인가? ‘이다’다. 그래서 이 조사의 이름이 ‘서술격 조사’다.

국어의 ‘이다’는 다른 조사와 달리 형태가 변한다. 하지만 국어의 ‘이다’는 다른 조사들이 하는 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사의 역할에 충실하기에 ‘이다’를 조사라 보아 앞말에 붙여 적는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띄어쓰기#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