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이한일]동화마을 섶다리 만든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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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일
“내일은 섶다리 설치하는 날입니다. 오전 8시까지 독바위 앞으로 참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을회관 앰프에서 개띠 이장님의 음성이 울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들깨 밭의 비닐 멀칭을 걷다 말고 삽 한 자루 둘러멘 채 내촌천 독바위 앞으로 갔다. 아직 20분 전임에도 6, 7명 정도 모여 있었다. 괭이, 낫, 엔진톱 등 저마다 하나씩 들고 있었고, 포클레인 트랙터도 와 있다. 뚝방 한편에는 교각으로 쓰일 Y자 모양의 물푸레나무와 참나무 30여 개, 잣나무가지, 솔가지가 쌓여 있었다. 2개 조로 나누어 한 조는 다릿발을 다듬고, 한 조는 다리 상판 기초로 사용될 소나무를 운반하러 갔다. 나는 5명과 함께 화물차 3대에 나누어 타고 뒷산으로 갔다. 몇 대째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 김 회장의 산이다.

직경 20∼30cm의 생나무는 어른 둘이서 겨우 들 정도로 무겁다. 산 중턱에서 길을 내가며 차가 있는 곳까지 들고 내려오면 숨이 턱 막힌다. 소나무 50여 개를 싣고 내려오니 완전 잔칫집 분위기다. 노인회장 등 어르신 10여 분도 나오셨고 부녀회장은 막걸리와 생태찌개를 내오셨다. 이장을 비롯한 우리 마을 60대 초중반의 장년 열댓 명과, 아직 50 줄인 젊은이도 몇 명 섞여 웃고 떠들며 들뜬 분위기다.

본격적인 설치작업에 나섰다. 우선 소나무와 물푸레나무를 강가에 옮기고, 그 사이 몇 명은 강물로 들어가 다릿발을 세워 나갔다. 강바닥 돌과 모래 사이에 6, 7m 간격으로 교각을 세우면 짧은 소나무를 Y자 교각 사이에 끼우고, 그 위로 소나무를 길게 빽빽하게 뉘여 기초 상판을 만들어 이어 나간다. 또 다른 조는 솔가지를 그 위로 촘촘하게 덮어 나가고, 몇 명은 그사이 강가의 버드나무와 갈대를 잘라서 솔가지 위에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흙과 모래를 덮고 나니 드디어 30여 m의 동화마을 섶다리가 완성되었다. 내촌천을 사이에 두고 듬성듬성 흩어져 살고 있는 화상대리 동화마을이 진정한 소통길을 또 하나 가지게 된 것이다. 군이나 면의 제안도 아니고 외부의 지원도 전혀 없이 우리 마을 주민 몇 명이 제안을 했고, 주민 50여 명이 참여하여 완성한 섶다리다.

공사 과정도 그렇다. 섶다리 설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두 사람도 눈에 띄게 진두지휘를 한 것도 아니다. 한두 사람이 차가운 물로 들어서니 줄줄이 허벅지까지 차는 물속을 통나무를 메고 뒤따르고, 교각을 세우면 누군가 소나무를 얹고 또 누군가가 솔가지와 버들가지를 덮는다. 어떤 사람은 교각을 잡아주고 어떤 사람은 강기슭 경사지에 통나무 계단을 만들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도 없었다. 아마 두고두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그림일 것이다.

섶다리 준공 기념으로 다리를 오가는 길놀이도 했다. 20여 명이 흰옷을 입고 꽹과리 장구 장단에 함께 창을 부르며 앞장서면 다른 이들도 막걸리 잔을 들고 덩실덩실 춤추며 그렇게 섶다리를 건넜다. 홍천에 정착하길 정말 잘했다.
 
이한일
 
※필자는 서울에서 35년간 일하다가 강원 홍천으로 이주해 농산물을 서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섶다리 설치#동화마을 섶다리#길놀이#강원도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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