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시골에서 창업을 외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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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귀촌을 생각하면서 ‘어디서 뭘 해먹고 살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어 귀촌 전 나는 번역을 공부했고 남편은 목수학교를 졸업했다. 영어강사로 15년을 살았지만 강의와 번역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 어려웠다. 남편 역시 펜으로 먹고살던 사람이라 망치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고민은 깊어졌고 이사 날짜는 다가왔다. 일단 1년 치 생활비를 들고 시골에 왔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었다. 우연히 옆집 총각과 친해져 동네 목수를 소개시켜 주어 남편은 목수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지역의 여러 행사에 최대한 참여했다. 강사 생활과 팟캐스트 운영 경력을 아는 주민이 농장에서 열리는 팜파티에서 사회를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후 한두 달에 한 번씩 작은 지역 행사에서 사회를 보며 사례비를 받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함께 봉사하던 귀촌 청년이 소셜창업 대회를 함께 준비하자는 제안을 했다. 지역의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연속성 있게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회사도 필요하고, 능력 있는 지역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의 슬로건을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미디어 회사’로 정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자를 했던 청년은 글을 썼다. 팟캐스트와 인터넷 강의업체를 운영했던 나는 기획과 영상 사운드를 담당했다. 디자이너가 합류했고, 온라인 홍보 전문가가 모였다. 이렇게 해서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기업 ‘로컬스토리’가 탄생했다. 소셜벤처 충남 경기 강원권역대회에서 1등을 하고 전국대회에도 출전했다. 지역 청년의 일자리 문제와 농촌의 인구절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창업 포인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후 지역의 기관 및 단체들과 손잡고 홍보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행, 행사 기획 및 사진·영상 기록, 홍보물 제작과 백서 제작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료들은 대부분 30대 후반. 시골에서는 청년들이다. 작은 커뮤니티답게 우리의 이야기를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봐 주고 있다. 혹시나 망할까 봐 영업도 하기 전에 다양한 일거리를 소개받는 기현상을 겪기도 한다.

올해 초에는 ‘로컬스토리 미디어협동조합’으로 법인등록을 완료했다. 생각해 보면 귀촌은 어려운 선택이고, 어떤 면에서는 위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도시의 삶을 포기했는데 시골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도 있었다. 로컬스토리도 모든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빈 농가주택을 사무실로 쓰면서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했고 장비 구입도 돈을 벌어서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험 요소를 줄이고 있다. 아직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욕심 부리지 않고, 늘 지역주민들의 곁에 남아있는 모습이 로컬스토리의 강점이다. 현재는 일이 많아 괴롭다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농사짓지 않는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혜림
#귀촌#로컬스토리 미디어협동조합#어디서 뭘 해먹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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