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미완성작 ‘레퀴엠’과 ‘테 데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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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완성한 쥐스마이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완성한 쥐스마이어.
영화 ‘아마데우스’ 후반부. 자루에 담긴 모차르트의 시신이 마차에 실려 가는 가운데 슬픈 합창이 울려 퍼지죠. 모차르트 ‘레퀴엠’(진혼미사곡)에 나오는 ‘라크리모사’(눈물의 날)입니다. 마침내 자루에 싸인 시신이 구덩이에 떨어지면서 강렬한 ‘아멘’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살리에리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선율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것이 아닙니다. 모차르트는 이 ‘라크리모사’의 첫 여덟 마디까지 쓰고 세상을 떠났죠. 이후 모차르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작업을 이어받아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완성했습니다. 많은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이 쥐스마이어의 악보를 ‘모차르트답지 않다’고 여겨 자기 나름의 ‘모차르트 레퀴엠’ 악보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나와 있는 이 곡의 음반 대부분은 쥐스마이어의 악보대로 연주하지만, 요제프 아이블러, 프란츠 바이어, 리처드 몬더, 로빈스 랜던 등이 완성한 다른 악보를 사용하는 음반이나 연주회도 많습니다. 당연히 ‘라크리모사’도 여덟 마디 이후의 선율은 각양각색입니다.

1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서울오라토리오합창단이 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쥐스마이어의 완성 악보를 사용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곡 이외에 브루크너의 합창곡인 ‘테 데움’(찬미가)도 연주한다는 점입니다.

‘테 데움’은 브루크너가 생전에 완성한 합창곡이지만 이 곡도 다른 ‘미완성 작품’과 관계가 있습니다. 올 초 이 코너에서 간략히 소개하기도 했지만, 브루크너는 마지막 교향곡인 9번 교향곡을 3악장까지만 완성했고 4악장 작업 도중에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는 “내가 이 곡을 끝맺지 못하거든 3악장까지 연주한 뒤 ‘테 데움’을 연주하도록 해주게”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을 연주할 때는 그의 ‘테 데움’으로 콘서트를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은 종교적이고 평화로우며 사색적인 3악장까지만 연주해도 훌륭한 마무리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죠. 그래서 그의 뜻과 달리 이 곡만 연주하는 일도 많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아마데우스#모차르트#레퀴엠#테 데움#쥐스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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