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봉주]아동복지정책 활성화가 저출산 대책의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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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린이날 하면 연상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가 어린이대공원이다. 1970∼80년대 그리 여유롭지 않은 환경에서도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기념식은 항상 풍성했다. 2017년 어린이날의 풍경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0년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출생아수 40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1.17명에 머물렀다.

어린이날에 붐비지 않는 어린이대공원. 이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지난해 대비 초등학생이 9%, 고등학생은 3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감소는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둔화시키고, 더불어 진행되는 노령화는 생산인구가 부담해야 할 부양비를 높여 사회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정부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이 너무 양적인 측면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 양육환경이 좋아져 아이를 기를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출산장려책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좋은 아동양육 환경의 기본은 아동이 행복하고 존중받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하다.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의 삶의 만족도 16개국 비교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보다 경제 환경이 취약한 터키,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아동보다도 덜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권리 수준도 취약하다. 2016년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동의 27% 정도가 매월 1회 이상 상습적인 학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가정환경도 아동의 신체적 건강과 인지·사회·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는 성인기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지위로 이어진다. 아동이 행복하지 않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가정형편 때문에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는 사회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출산장려책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로 다시 북적되는 어린이대공원을 보기 위해서는 아동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 수준으로 OECD 33개국 중 30위(2013년 기준)다. 2017년 아동 1인당 복지예산 5만5000원은 노인 1인당 예산의 40% 수준이다. 아동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아동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아동수당 제도와 아동건강 통합적 지원 프로그램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의 아동은 귀중한 사회적 자원이다. 아동에 대한 투자의 사회적 책무성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사회적 투자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린이날#아동복지정책#저출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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