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내찬]통계청 ‘삶의 질 종합지수’ 개선할 점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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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통계청이 최근 국민의 삶의 질 종합지수를 발표했다. 삶의 질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당연히 필요한 사물을 획득하거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인권을 의미한다. 의식주 생활에 불편이 없고, 교육을 받고, 건강하게 일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권리 등을 일컫는다. 만족되면 당연하게 여기지만, 결핍되면 고통이 초래되는 요소로 구성된다.

12개 범주, 80개 지표로 구성된 방대한 종합지수를 통해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의에도 불구하고 종합지수는 중요한 지향점이 누락돼 있다.

평균적 국민의 삶의 질을 살펴보는 것은 유용한 출발점이겠지만, 소외계층과 다양성에 대한 초점이 간과되기 때문이다. 소득 부문에서는 평균이나 중위수의 지표와 더불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괴리나 빈곤을 살펴봐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삶의 질 지수’에도 소외계층의 삶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한 지표가 포함돼 있다. 단백질 섭취나 주거 관리, 휴가 등 9개 항목 중 3개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한 물질적 박탈감으로 정의하고 이런 사람들의 비중을 지표로 관리한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편안하게 생활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화려한 정책이나 슬로건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따라서 종합지수의 각 부문에는 소외계층의 지표가 보충돼야 한다.

더불어 보다 본질적으로는 상위계층과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지니계수나 노동소득분배율과 같은 분배지표도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속하게 개정해야 한다.

종합지수에는 다양성도 결여돼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 동력의 저하로 인한 심각한 청년 실업률이다. 여성 관련 삶의 지표 역시 중요하다. 양성평등은 사회적 가치 그 자체로서뿐만 아니라 향후 인구 절벽에 대비한 여성의 적극적 사회 참여 유도라는 측면에서도 누락돼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교육지표야말로 질적 확충이 필요하다. 학구열에 불타는 우리나라에 취학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른 국영수 순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향후 스스로 탐구하고 융합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가 육성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현재의 목적 지향적이고 단방향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모니터하는 데 있다. 유감스럽게도 OECD 보고서에 수록된 질적 교육 평가지표의 순위는 대부분 대상 국가 72개국 중 거의 하위권이다.

통계청의 종합지수는 첫 출발점이고 향후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지수 수립에 있어 명확한 방향성과 정신 그리고 애절한 헌신이 녹아 있지 못하면 설령 수많은 세월과 비용을 투자해도 단순한 통계자료의 묶음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통계청#삶의 질 종합지수#소외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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