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등생 중간-기말 일제고사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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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지필평가 없어져 사교육 줄것” vs “교사 주관적 상시평가땐 신뢰 떨어져”

 내년부터 초등학생의 시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세종시, 전남도에 이어 경기도교육청 등 지역 교육청이 잇따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학생들을 괴롭혀 온 획일적·줄 세우기식 지필평가를 없애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도 상당하다. 교사의 주관이 개입되는 상시평가를 신뢰할 수 없고 아이들의 학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다.

 경기도교육청은 28일 내년부터 경기도내 모든 초등학교의 일제고사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앞서 세종시와 전남도교육청도 내년부터 교육청 주관의 초등학교 시험을 없애겠다고 밝혔고 충북도교육청도 최근 관내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를 완전히 없앴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2011년과 2014년 일제고사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평가란 아이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배우고 있고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지금의 중간·기말고사는 단답형 지식을 암기하고 줄 세우기 위한 도구가 돼 버렸기 때문에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일제고사가 있는 학교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가 선생님이 찍어 주는 예상문제를 푸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이번 조치로 사교육 경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한모 씨는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업에 짓눌려서 늘 안타까웠는데 일제고사를 없앤다니 반갑다”며 “어린 시절엔 즐겁게 놀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게 최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의 한국 교육이 교육부나 교육청 중심의 중앙집권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수업과 평가에 대한 재량권을 학교와 담임에게 일임하는 게 트렌드”라며 “실제 시험이 전혀 없는 핀란드나 교사 중심 평가를 하는 미국, 영국의 사례가 선진 모델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학부모와 교사가 폐지를 반기는 건 아니다. 학부모 이모 씨는 “일제고사가 사라진다고 해서 평가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수행평가 및 상시평가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엄마가 해줘야 할 숙제’만 너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시험식 평가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시험을 보길 원하는 학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 5, 6학년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

 교사 개인이 주도하는 상시평가에 대한 신뢰 확보도 문제다.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상시평가 체제가 되면 업무가 엄청 늘어난다”며 “아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서술형으로 기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사 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담임별 평가 편차가 분명히 존재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견제 툴이 없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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