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소리 시끄럽다” 예배소 주변 상인들 눈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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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 새벽까지 소음에 갈등… 이슬람에 곱지 않은 인식도 한몫
무슬림은 돼지고기 냄새에 불만

“아이아∼.” “또 시작이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가 라마단 기간이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 금식 성월(聖月)이다. 국내의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도 라마단을 지킨다. 현재 국내에는 무슬림이 약 17만 명(한국인 신자 포함)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은 동남아와 중동 지역 출신 근로자다.

문제는 라마단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이슬람예배소를 찾는 무슬림이 늘면서 근처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외딴섬처럼 위치한 ‘영등포이슬람예배소’가 대표적이다. 가난한 유학생이나 근로자인 무슬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거둬 운영하는 곳이다.

라마단이 한창일 때는 매일 오전 6시, 낮 12시, 오후 3, 6, 8시 등 5차례 무슬림들이 몰린다. 150m² 남짓한 기도실에 50명이 넘는 무슬림이 자리를 잡는다. 라마단 때가 아닌 평소에도 20명 정도가 함께 기도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만 사부르자힙 씨(26)는 “평소에는 주말에 많이들 온다”며 “라마단을 지내는 게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보니 6월에는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예배소 근처 주민들 가운데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기도 시작 전부터 “아∼” 하는 목소리의 기도 배경음악이 나온다. 마지막 기도가 끝난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이프타르(Iftar·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함께 먹는 첫 만찬)는 보통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진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이상한 목소리가 녹음된 음악이 들리고 새벽까지 북적거린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라마단 때는) 한 달 동안 계속되니 장사하는 입장에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무슬림들도 그들 나름의 불만이 있다. 이 예배소가 있는 곳은 중국동포 밀집 지역이다. 방세가 싸기 때문이다. 이들이 즐겨 먹는 돼지고기 요리 냄새가 예배소 안팎에 진동하는 것이다.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금식으로 입 안의 침도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하는 시기에 하필 돼지고기 냄새까지 퍼지다 보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무함마드 아지즈 씨(37)는 “무슬림으로 살면 돼지고기 냄새를 바로 분별할 수 있다. 경건하게 기도할 시간에 돼지고기 냄새가 아래층에서 올라오지만 하는 수 없이 참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급기야 경찰이 나섰다. 영등포경찰서 외사계는 영등포구에 요청해 지난달 이슬람예배소에 처음으로 방역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이나 악취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예배소에 정중히 부탁하고 서로 배려하도록 중재했다”며 “이슬람 경전을 비치한 책장, 미흐랍(이슬람 성지 메카의 방향을 알리는 계단), 부엌을 소독하고 개인위생 용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곳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의 다른 이슬람예배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슬람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한국인이 여전히 많은 데다 최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퍼졌기 때문이다. 요르단에서 온 파라 자라닷 씨(24·여)는 “이슬람예배소를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봐 줬으면 한다”며 “한국인들이 문화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따뜻한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무슬림#라마단#이슬람예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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