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북유럽 출신 작곡가 그리그-시벨리우스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에드바르 그리그(왼쪽)와 잔 시벨리우스.
에드바르 그리그(왼쪽)와 잔 시벨리우스.
여름입니다. 서늘한 북유럽의 백야가 머리에 떠오르는 때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음악가라면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와 핀란드의 잔 시벨리우스(1865∼1957)가 대표적이죠.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커다란 통창이 있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북유럽 어딘가의 창가에 앉아 갈매기들의 날갯짓을 바라보는 듯한 환상을 제공합니다.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7곡의 교향곡이나 교향시들을 들어보면 그의 음반 표지에 흔히 등장하는 푸른 호수와 침엽수림이 눈앞에 보일 듯합니다.

두 사람은 ‘북유럽’으로 묶이지만 출신 국가도 다르고 활동 시기도 한 세대나 차이가 나니 음악적 특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 중 하나로 ‘민요’ 또는 민속 선율에 대한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그는 고국인 노르웨이의 민속 춤곡과 민요를 사랑해 그중 상당수를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a단조도, 민속춤인 ‘할링’ 리듬과 민속 바이올린인 하르당게르 바이올린 선율을 사용해 북유럽의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와 달리 시벨리우스는 고국인 핀란드의 춤곡이나 민속 선율을 작품에 쓰지 않았습니다.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의 교향곡 2번 시작 부분 선율은 북유럽의 마을 사람들이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민요를 떠올리게 하며,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의 활달한 춤도 이 나라 사람들이 출 법한 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이 선율들은 단지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고, 음악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도 이와 같습니다. ‘만들어낸’ 선율과 춤곡인데도 민속적으로 들리는 것 또한 시벨리우스의 탁월한 재능 중 일부였습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핀란드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한누 린투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합니다.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부르크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협연합니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하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가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협연합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 등도 마련돼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에드바르 그리그#잔 시벨리우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