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독일 국가 선율이 옛 오스트리아 국가와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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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하이든
요제프 하이든
독일 국가는 제목이 ‘독일의 노래(Deutschlandlied)’입니다.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근한 선율입니다. 찬송가 ‘시온성과 같은 교회’의 멜로디이기도 하죠. 이 선율은 하이든이 1797년 지은 ‘황제 찬가’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의 ‘황제’란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였던 프란츠 2세를 말합니다.

이 노래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가가 되었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가 공화국이 된 뒤에도 새로운 가사를 붙여 1938년 나치 독일에 합병되기 전까지 국가로 쓰였습니다. 한편 독일에서는 1922년부터 이 노래가 국가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만 16년 동안 독일 국가와 오스트리아 국가의 선율이 같았던 셈입니다. 독일인들은 왜 옆 나라 오스트리아의 국가 선율을 자기네 국가에 가져다 썼을까요?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일부였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독일은 30여 개의 작은 나라로 이루어진 ‘지역 연맹체’였으며, 그중에서도 합스부르크 가문의 오스트리아는 교묘한 혼인과 상속 정책을 통해 독일어권 바깥인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북부까지 장악한 대제국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방에서 일어난 신흥 강자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일으켜 승리한 뒤 나머지 독일 지역을 ‘독일 제국’으로 통일했습니다. 말하자면 1871년 독일 제국 수립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는 독일 바깥’이라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앞서 1848년 시민혁명 당시 독일 혁명파는 오스트리아 국가였던 이 선율에 ‘모든 것에 으뜸가는 독일’이라는 애국적인 가사를 붙여 불렀으며 누구도 이를 ‘옆 나라의 노래’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독일이 1차 대전에서 패전해 공화국이 된 뒤 사람들은 이 예전의 혁명가를 국가로 삼았습니다.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창단 30주년 한국페스티벌앙상블 정기연주회’에서는 ‘황제 찬가’ 선율이 나오는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황제’가 연주됩니다. 미국 작곡가 코플랜드의 ‘현악사중주,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육중주’, 바흐 커피칸타타(최명훈 편곡)도 같은 무대에 오릅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독일의 노래#시온성과 같은 교회#황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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