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김은홍]“내 식당 키워주는 건 8할이 전주 인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도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새로운’이라는 형용사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문을 품고 있는 단어다.

따뜻해지는 봄부터 선선해지는 가을까지 전북 전주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진다. 이번에 나에겐 큰 도전이 생겼다. 한 행사 주최 측이 ‘600인분의 도시락’을 맡긴 것.

처음 아내를 통해 들었을 땐 번거롭고 금액이 작아 망설였지만 ‘해보자!’란 생각이 금세 들었고 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600명분의 도시락을 싸는 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과제다. 아내와 상의했다. 도시락 용기나 메뉴 선정부터 쌀 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부부는 안 하면 안 했지 어중간한 걸 싫어한다. 도시락 단가는 부족해 보였지만 과감히 결정했다. ‘그래, 먹는 것에 인색하면 못써.’

우리는 양가 어머니들이 더해 주신 반찬으로 무사히 도전을 마칠 수 있었다. 행사 후에도 정성이 가득하고 맛있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하하하. 그 말 한마디에 ‘얼마 남고, 몸이 피곤하고…’ 등의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 대신 ‘그래, 이런 게 만족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맛집은 이렇다. 사람이 드문 조용한 곳을 찾아가 먹어보고 만족하면 가족이며 지인을 하나둘 데려가 소문을 내주고 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고…. 때론 사장님들이 나를 기억해 고마워하며 고기 한 점 더 내어주는, 그런 웃을 수 있는 곳이다.

전주의 내 가게에도 그렇게 단골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고 정말 입에 딱 들어맞는다는 말을 들을 땐 그렇게 보람된 일이 또 없다.

음식은 어쨌든 아끼지 말자! 후하게 주고 배를 두드리며 나갈 수 있게 해주자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양이 적은 분은 미리 말씀해 달라고 하고 곱빼기를 원하는 분에게는 더 많이 드리곤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먹는 양도 달라서 이를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가끔 몇 술 뜨고 버려지는 내 음식을 보곤 상처받을 만큼 난 여린 사장이다. 그때마다 아내는 사람 입맛을 다 맞출 순 없으니 상처받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래, 모든 사람에게 ‘엄지 척’을 받는 건 욕심이야∼. 너그러워져야지!

나는 메뉴 가격을 정할 때 ‘이 정도는 남아야 먹고살지’보다는 ‘이 정도면 망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남지 않는 장사를 하곤 하는데, 뭐 어떠랴. 단골이 많아지면 한 번 이윤을 남기고 다시 오지 않는 손님보다야 훨씬 좋지 않겠는가. ‘저 집, 돈 벌더니 음식 양이 적어졌네, 맛이 없어졌네’ 하는 말을 뒤통수에서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 아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내 뒤통수가 아프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기에. 하지만 손님들이 또 찾아오고 싶어 하는 곳을 만드는 게 나에겐 도전이고, 내가 전주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42)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남부시장에서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김은홍
#도전#맛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