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고준위 방폐장 선정, 더 미룰 시간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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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안면도, 굴업도, 위도.’ 이곳은 모두 아름다운 우리 땅이지만 실패의 역사를 상징하는 아픈 곳이기도 하다. 지금껏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한 부산물인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터로 거론됐다가 극심한 지역갈등을 경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86년 방사성폐기물 용지 선정 정책을 착수한 이래 1990년, 1994년, 2003년 각기 이곳에서 용지 선정이 좌절되면서 19년 동안 표류하던 정책은 2005년 일단락된다. 그것도 4곳이 경합한 끝에 주민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인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키로 결정된 것이다.

이 극적 반전 드라마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방폐장 용지 선정의 결정적 계기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별법에는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나눠 중·저준위 방폐장을 짓는 곳에는 고준위 방폐장을 짓지 않도록 하고 지역 지원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명문화했다. 법률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을 뒤집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탈락 지역에서도 매우 높은 주민투표 찬성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단지 경제적 지원책뿐만 아니라 이렇게 국가적 책임을 법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용지가 경주로 결정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 미뤄뒀던 고준위 방폐물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현재 각 원전에 보관 중이지만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18년 월성, 2019년 한빛 등 각 원전 포화 시점이 목전이다. 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체 발전량의 27%가 넘는 원전을 멈추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대체 정부와 국회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번 정부 들어서야 겨우 고준위 방폐물 처분 대책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대정부보고서를 내고 정부는 올해 목표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법 제정 움직임을 듣지 못했다.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모든 논의의 출발은 관련 법제정 논의다. 법률안 제정을 하면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는 현행 법체계에서는 법률 제정 과정만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이후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한다면 이미 늦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미룰 시간은 없다.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고준위#방폐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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