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법과 사람]“김무성은 간이 작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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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을이 갑이 됐다. 이번 예산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연계한 파장은 컸다. 새해 예산안 통과 직전 2일 밤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는 협상 대표들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의 덫이 아주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다.

노동개혁법과 바꿔 먹든지…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여당은 희희낙락했다. 김무성 대표가 소집해 15명이 국회 앞 감자탕 집에서 소폭(소주+맥주)을 돌렸다. 야당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당직자들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여당은 친박(친박근혜) 비박 가릴 것 없이 모인 반면 야당은 비주류가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를 성토했다. 여당의 판정승이었다.

여야는 예산안과 연계해 관광진흥법안·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을 3일 새벽 통과시키고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6개 법안은 정기국회 내(9일)에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기약은 없지만 노동개혁법안도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만족하는 눈치다.

그러나 체코 순방 중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의외로 담담했다. 다만 노동개혁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물 건너가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핵심 측근은 “올해 연말까지는 처리돼야지 내년으로 넘어가면 닥칠 일대 혼란을 VIP(대통령)가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나 원유철 원내대표가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받기엔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당초 여당은 예산안과 노동개혁법안을 맞바꿀 생각이었다. 다른 쟁점 법안은 야당이 요구하는 쟁점 법안과 1 대 1로 연계할 전략을 세운 것이다. 정부 예산안이 자동 상정된 지난달 30일부터 데드라인인 2일까지 여당이 ‘무서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야당을 몰아붙일 수 있는 기간은 불과 사흘이다.

여권 관계자는 “무대(김무성 대표)가 보기보다 간이 작다”고 했다. 야당처럼 끝까지 버텼으면 ‘입법권을 부여한 특위에서 연말까지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한다’는 정도로 합의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에 합의해 주면서 “야당에 큰 빚을 지는 만큼 꼭 갚아 달라”고 했다. 김 대표가 이 말에 약해진 건가.

갑이 다시 을이 됐다. 여당의 ‘3일 천하’가 끝나자마자 야당에선 딴소리가 나온다. “5년 뒤 임시국회에서 보자”는 말까지 한다. 문 대표는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노동개혁법안 저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다짐했다. 논의를 즉시 시작한다고 했으니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외쳐 본들 메아리가 없다.

‘무서운 선진화법’ 수술하라

예산국회 때 며칠을 빼면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갑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던 ‘동물국회’는 과거의 유물로 사라졌다. 여야가 각기 당한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법의 개선을 외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 때 ‘심의는 없고 돈거래만 있었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법안들을 끼워 팔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19대 국회의 적폐 중 상당 부분은 국회선진화법에서 비롯됐다. 여야는 20대 국회로 넘기지 말고 ‘나라 망칠 법’을 고치는 빅딜부터 하라.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국회선진화법#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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