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시골빵집에서 맛있게 구워낸 ‘따뜻한 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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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빵집 주인이 돼서 정말이지 행복하다. 빵이 아니었으면 지역경제를 세우겠다는 목표도, 경제를 순환시키고 발효시켜서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발상도 할 수 없었으리라.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더숲·2014년) 》

직급이나 나이가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들의 배 속에 술이 몇 잔쯤 들어가면 으레 나오는 얘기 중 하나. “언제까지 남의 돈(급여) 받으며 살 수는 없잖아? 내 일을 해야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물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대부분 다시 조직의 충성스러운 구성원으로 몸과 마음이 바뀌게 마련이다.

저자가 5년 전 세운 빵집도 그렇게 시작됐다.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좋으니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그래서 그는 빵을 만들기로 했다. 쳇바퀴 같은 조직 생활을 벗어나 제빵 기술 습득을 위해 동네 빵집에 취직하는 등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10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이 책은 흔히 ‘현 자본주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 자본주의 방식에 이견(異見)을 가진 저자의 사업 이야기에 더 가깝다. 저자는 이스트가 아닌 자연 속 천연효모만을 사용해 빵을 만들고, 좋은 재료를 쓴 만큼 정당한 가격을 받는다. 하지만 수익은 농가와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면서 이윤은 남기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부패하는(자연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 경제’라고 일컫는다.

물론 이런 작은 사업도 성공하기까지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초기 자본금이 확보돼야 하며,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림살이를 단출하게 꾸려야 한다. 먼 시골마을까지 와서 제값을 내고 빵을 사는 사람들(시장)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꼭 저자처럼 ‘착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나름의 가치관과 이념이 있으니까. 어쨌든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영위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읽을 만하다. 매일 밤 ‘하고 싶은 내 일’을 꿈꾸는 이들의 건투를 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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