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지식이 넘치는 시대, 지혜를 얻기는 더 힘들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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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 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싯다르타(헤르만 헤세·민음사·2002년) 》

대학에 입학한 지 1년 정도가 됐던 어느 날 나는 대학 동문 주소록을 뒤져 지금은 현장에서 가끔 마주치지만 당시에는 멀었던 기자 선배, 국책연구소에 다니던 선배 등을 만났다. 그들이 다니던 직장은 내 직업 후보군이었다. 유경험자인 선배들에게서 내게 딱 맞는 직업을 결정할 혜안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배들은 직군에 대한 지식만 줄 뿐이었다. 평생의 업을 찾는 지혜는 이후의 긴 여행에서 만났다. 휴학하고 떠난 해외여행길에 나는 무작정 시민단체를 찾아가 무보수의 인턴을 자청했고, 시민단체 사람들이나 자원봉사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어떻게 직업을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묻고 답을 들었다.

그때 내 마음 속에서 헤르멘 헤세 소설의 주인공 ‘싯다르타’가 속삭였던 것 같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 스스로 체험해 지혜를 얻어야만 한다고 말이다. 소설 속 싯다르타가 2015년 대한민국에 나타난다면 좌절하는 청년을 위로하는 ‘스타 멘토’들의 조언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할 것 같다.

싯다르타는 소설 초반에서 지혜를 얻기 위해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했던 가정을 떠난다. 아버지와 친구들은 고향에서 스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될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그를 막지는 못했다. 그는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더 깊게 겪어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큰 깨달음을 얻고 그가 어릴 때 꿈꿨던 모습에 가까워진다.

싯다르타나 헤세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깊게 몰입해 얻는 깨달음이 값지다는 점만은 틀림없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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