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지원금 제대로 쓰나 검증 필수… 救命 로비도 차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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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좀먹는 ‘좀비기업’]좀비기업 솎아내려면 어떻게

좀비기업은 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자금 지원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등 한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좀비기업을 제대로 솎아낼 수 있도록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서둘러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업종별 큰 그림 그려 구조조정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우선 중복되거나 유사한 기업 지원책들을 정리해 정책자금 지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전이 아닌 기술 지원 중심으로 정책자금 지원 패러다임을 바꾸고 금전적 지원을 한 경우에는 사후에 기업들이 제대로 된 용도로 자금을 쓰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경제학과)는 “기업들이 기술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돕고 기술 개발한 것을 사업화 단계까지 가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에 발맞춰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보다 업종별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민간에만 맡겨둬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속성 때문에 구조조정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며 “적절한 정부의 개입, 더 나아가서는 업종 전체에 대한 정부의 ‘교통정리’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산업 업종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조선, 건설 등 전체 업종이 어려운 경우, 개별 부실기업에 대한 회생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업종 단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며 “그래야만 기업별 형평성 문제가 안 생기고 전체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 기업 구조조정 조직도 도입해볼 만

부실기업에 대해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권 고위인사들의 개입이 지나쳐 금융기관들이 원칙대로 기업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어려웠다”며 “좀비기업에 대해서는 금융회사들이 퇴출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1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열린 ‘기업 구조조정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지금 우리 경제가 몇 가지 중요한 업종에서 몇몇 주력 기업을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와 있다”면서 “(부실기업에 대해) 과감하게 수술할 땐 해야 더 큰 문제로 넘어가지 않는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전문조직이나 관련 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헤지펀드들이 국내 부실기업을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반면 국내 구조조정 전문회사는 부실기업 인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본부장은 “시장의 판단에 의해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채권은행 중심으로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에서 정부 역할 명확해 해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 법적으로 규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는 개별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구조조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근거가 없다. 그동안은 암암리에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절차나 지원 조건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왔지만 경남기업 사태로 금융감독원도 이제 몸을 사리고 있다. 금감원이 뒷짐을 지자 향후 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이 두려운 은행들은 추가 금융지원을 회피하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경남기업 여파로 금감원이 몸을 사리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방향을 잃은 상황”이라며 “돈을 빌려준 은행들끼리는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러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아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일단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실과의 협의 끝에 기촉법 개정안을 내놓고 금감원이 개입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협의회 구성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금감원이 채무 조정과 신용공여 계획에 대한 중재안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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