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어떤 첫 경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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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글을 요약한 겁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나서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도 꼭 읽어 보시라는 뜻에서 추천합니다.

저는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컴퓨터를 사고 싶어서요. 저는 지방에 사는데 6학년 딸이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고요. 사정이 넉넉지 못해서 중고라도 있으면….”

당장은 물건이 없었고 열흘이 지나자 쓸 만한 게 생겨 적어뒀던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십니다. 지방에서 일하는 엄마가 보내준 생활비로 꾸려나가는 터라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설치를 마치고 테스트 하는 중에 아이가 들어옵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부터 갔다 와서 실컷 해” 하시더군요.

일을 끝내고 차를 몰고 대로에 들어서는데,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어느 쪽이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아이가 씩씩하게 목적지를 얘기하더군요. 제 방향과는 반대였지만 태워주기로 했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못 참겠어?” “그냥 세워 주시면 안 돼요?” 상가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이는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하더니 서둘러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기다리자’고 담배를 한 대 무는데 가슴속에서 ‘쿵’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조석 의자가 검붉게 물들었던 겁니다. 여자아이의 나이로 짐작해보건데 혹시 초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배가 반이 타들어 갈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어쩌나 어쩌나’ 그러고만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집사람한테 전화했습니다. “지금 택시 타고 빨리…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집사람에게 이차저차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집사람이 필요한 물품을 알려줘 근처 가게를 뛰어다니며 생리대, 치마, 속옷, 물티슈까지 준비했습니다.

얼마 후 아내가 왔습니다. 아내를 태우고 그 건물을 찾아갔습니다. ‘아이가 없으면 어쩌나’ 꽤 조마조마했습니다. 1시간도 넘게 흘렀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니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더랍니다.

“얘, 있니?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뭐라 뭐라 몇 마디 더 하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낑낑대고 있던 겁니다. 아이가 집사람을 처음에 보고선 멋쩍게 웃더니 챙겨간 걸 보고는 그때부터 막 울더랍니다.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차에서 기다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5분 뒤에 나갈게.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 밖으로 나오는 아이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저녁이라도 사 먹이려고 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해 보냈습니다.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 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가서 계산 잘못됐다 그러고 10만 원 할머니 드리고 와.”

바로 차를 돌려 봉투에 돈 넣어서 할머니께 드리고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 어머니한테 전화해 “메모리 값이 내렸다. 남는 돈을 돌려드리겠다”고 하니 참 좋아하셨습니다. 다시 차에 타는데 집사람이 제 머리를 만지면서 ‘씩’ 웃더군요.

밤 11시쯤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컴퓨터 샀던 아이 엄마인데요.” 이 한마디를 빼고는 계속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더군요. 저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수화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첫 경험#sns#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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