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차이콥스키 ‘10월’이 유난히 쓸쓸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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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슬퍼한다/꽃잎 속으로 비가 차갑게 스며든다/고요히 그 마지막을 향해/여름은 몸을 떤다(…)’

헤르만 헤세의 시에,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인 ‘9월’을 듣고 있습니다. 가곡집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두 번째 곡입니다. 슈트라우스가 숨을 거둔 것은 이 곡을 쓴 1949년의 9월 8일이었습니다. 어떤 예감이 반영된 가사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월요일 전국에 내린 비를 기점으로 올가을도 그 속도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이달도 새로운 달과 임무를 교대하는군요. 이번엔 차이콥스키 ‘사계절’을 꺼내봅니다. 열두 곡으로 된 이 작품은 달마다 표제가 붙어있는 피아노곡집입니다. 10월의 제목은 ‘가을의 노래’입니다.

‘가을, 초라한 정원으로 모든 것들이 떨어져 내린다/노란 잎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레프 톨스토이의 사촌인 서정시인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단 한 달 차이인데 느낌이 크게 다르죠? 헤세가 묘사한 독일의 9월은 여름이 겨우 그 마지막을 알리고 있지만 톨스토이가 그려낸 러시아의 10월은 노란 낙엽으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11월 느낌입니다.

북쪽 나라인 러시아에 추위가 유독 빨리 오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러시아가 공산혁명 이후에야 서방과 같은 그레고리력을 쓰게 된 것도 이유입니다. 차이콥스키 시절에 사용된 율리우스력은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습니다. 지금의 10월 14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10월이 왔다’고 했던 거죠. 톨스토이와 차이콥스키가 그려낸 가을이 유독 쓸쓸한 것을 이해할 만 하죠?

이제 올해도 단 세 달이 남았군요. 쓸쓸해하고 외로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이 해의 결실을 풍요롭게 수확할 준비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요. 헤세보다 두 살 위로 종종 함께 입에 오르내리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가을날’에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라고 했던가요. 부연하자면 ‘가을날’은 생존 작곡가인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005년 발표한 교향곡 8번 일부의 가사로 쓰였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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