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가장 어려운 피아노曲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라며?” 음악기자가 된 직후 자주 들은 얘기입니다. 실존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이 주인공인 음악영화 ‘샤인’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세상 최고의 곡’으로 뇌리에 각인시킨 작품이자 ‘가장 기교적으로 어려운 작품’인 이 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하지만 신경쇠약에 빠지고 맙니다.

영화가 묘사한 대로 이 작품은 ‘가장 어려운 피아노곡’일까요. 모든 음악작품은 나름대로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기교적인 부분만 얘기해도 건반을 넓게 짚는 데 어려움이 큰 피아니스트가 있을 것이고, 빠른 연타를 치기 힘든 연주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가장 어려운 곡’을 규정하기는 어렵겠죠.

그렇지만 이 작품이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공황상태에 빠뜨린 것은 사실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당대 유명 피아니스트인 요제프 호프만에게 이 곡을 헌정했지만, 정작 호프만은 “이 곡은 내게 맞지 않아”라며 한 번도 대중 앞에서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이 곡을 자주 연주한 게리 그래프먼도 “내가 이 협주곡을 어릴 때 접하지 않았다면 연주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곡을 익힐 때는 어려서 겁이 없었죠”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왜 그토록 치기 어렵게 썼을까요. 라흐마니노프가 곡을 만든 1909년은 영웅주의적 낭만주의 연주가에 대한 숭배가 절정을 이룬 시기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일세를 풍미’한 피아노 대가였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한 손으로 ‘도’에서 다음 옥타브 ‘솔’까지 무려 12도를 짚어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곡의 매력이 물론 ‘어렵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곡 전체가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차 있으며, 온갖 어려운 기교가 출현하는 마지막 악장의 클라이맥스는 금관의 포르테와 함께 하늘로 몸이 둥실 뜨는 것 같은 환상을 제공합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양 팔을 펼치고 있는 영화 ‘샤인’ 포스터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듯합니다.

이 가슴이 시원해지는 곡은 요즘처럼 하늘이 높을 때 더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23일은 1909년 라흐마니노프가 악보를 완성한 이 곡의 ‘생일’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라흐마니노프#피아노협주곡 3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