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우버-택시 ‘공생의 묘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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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산업부 차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차량 연결 서비스 우버가 19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참모였던 데이비드 플로프 씨를 정책 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차량과 기사를 승객과 연결해 준다는 단순한 사업 모델로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우버는 현재 42개국 16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기업 가치가 18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우버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일자리를 빼앗기게 됐다는 택시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는 우버가 차량과 기사를 함께 제공할 수 없게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버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온라인에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대표적인 우버 옹호론은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구닥다리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를 마차에, 우버를 자동차에 비유해 마차 시대 법률을 자동차에 적용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우버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인 공유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공유경제는 개인과 개인이 남는 자원을 서로 나눠 쓰는 경제를 의미한다. 빈 방을 임대하거나 안 쓰는 시간에 자동차를 공유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우버는 렌터카 회사나 리무진 회사와 계약해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유경제와는 거리가 있다.

우버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택시를 수십 분씩 기다리다가 우버를 창안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우버에 대한 칭송 역시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 때문에 더욱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노선이 없는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요금이 비싼 고급 대중교통에 속한다. 하지만 택시에 대한 이미지는 난폭 운전, 승차 거부, 불친절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최근에 한 택시 앱을 이용하면서 기술이 택시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마트폰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빈 택시가 화면에 나타난다. 물론 기사용 앱을 깔아놓은 택시들이다. 콜을 하기가 무섭게 콜을 받은 택시의 차종 차량번호와 함께 몇 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나 같은 손님을 찾고 있는 빈 택시가 주변에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서로 상대방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화면에서 택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올라갔다. 이런 게 혁신이다. 여기에 승객의 평가를 인센티브와 연결시키는 등 우버 방식을 접목할 수 있다면 서비스도 확 달라지지 않을까.

우버가 미국에서 플로프 씨를 영입한 건 규제 당국과 택시업계의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법을 바꿔 놓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인 택시 기사들을 구시대의 상징으로 몰아붙이며 밟고 경쟁 대상으로 삼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에선 우버가 택시업계와 손을 잡고 택시 서비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우버가 한국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우버#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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