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장관 “위안부 문제 해결될 것같은 희망”…日 언론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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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8일 세미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외교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로 반복되지 않아야 할 미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8일 세미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외교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로 반복되지 않아야 할 미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4월 16일 한일 외교 당국자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을 다루기 위해 서울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이번 회담에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진전이 있었다는 보도는 없었다.

회담 내용이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5월에도 도쿄에서 2차 협의를 하는 등 정례화에 합의한 것은 양국이 회담의 필요성만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다음 회담에서도 위안부 문제만을 다룰지, 아니면 일본이 주장하듯 다른 안건도 넣어서 논의할지는 분명치 않다. 이하라 국장은 첫 회담이 끝난 뒤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일 간에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안건도 함께 논의하자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회담에서 우리 측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을 것이고, 일본 측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을 게 틀림없다. 양쪽이 지금껏 해온 주장들이다. 첫 회담은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려는 탐색전의 성격이 강하다.

회담도 회담이지만 회담 당일에 나온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가 관심을 끌었다. 보도 내용은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를 올해 말까지 타결하자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게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일본이 연내 해결을 원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고, 일본이 뭔가 양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양정숙 변호사.  박경모 전문기자
일본군 위안부 세미나에 앞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양정숙 변호사. 박경모 전문기자
18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문화포럼(회장 임철순)이 개최한 7차 세미나의 주제는 위안부 문제였다. 이 자리에 나온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곧 해결될 것 같은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교도통신의 보도와 국제적인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해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뜻과 국민들이 어떻게 돼야만 해결됐다고 생각하겠느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국민의 기대 수준'을 언급한 조 장관의 발언에 주목한다. 이 문제가 최근 한일 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양국 지도자가 자기 나라의 국민 정서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지라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타협을 불허할 만큼 첨예해져 지도자들은 곤혹스럽다.

토론자로 나온 선우정 조선일보 국제부장은 이에 대해 "일본이 법적 책임을 지고, 법적 배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법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인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주장과 같다. 다만 선우 부장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경위에 대해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렇다. 위안부 문제의 최대 쟁점은 '법'이다. 한국이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데 대해 일본은 그럴 경우 한일협정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며 절대로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 해결이 그리 쉽지 않으리라는 걸 예고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3월과 10월에 한일 양국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꽤 깊숙이 의견 교환을 했다고 한다. 그때 일본의 집권당은 민주당이었다. 접촉 당시에는 그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아사히신문이 보도하면서 확인됐다. 당시의 논의는 앞으로의 협의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기에 이를 보도한 2013년 10월 9일자 A8면 동아일보 기사의 전문(全文)을 인용한다(괄호안의 연월(年月)은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9분 능선'까지 접근했지만 최종 타결에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10월) 8일 당시 청와대 관계자 및 한일관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하 당시 직책)은 서울에서 안호영 외교통상부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3점 세트'를 제안했다. 내용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사죄하고 △주일 대사가 총리의 사죄 편지를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며 △100% 일본 정부자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 측은 '위로금' 표현과 사죄 편지에 들어갈 '도덕적 책임 통감' 문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국가 책임'을 요구해 왔다. 사이토 쓰요시(齊藤勁) 관방 부장관이 (2012년) 4월 서울에서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설득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12년) 8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 된 뒤에는 한일관계 전문가들이 막후 채널로 움직였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2012년) 10월 대통령특임대사 자격으로 도쿄(東京)를 2차례 방문해 사이토 부장관과 재협의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진의는 "내 임기 동안 과거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신시대로 나가고 싶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일본 측은 '위로금'을 '사죄금'으로 바꾸고 사죄 문안에 '도덕적 책임' 대신에 '일본 정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 특임대사는 이를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고 사이토 부장관이 받아들였지만 노다 총리가 (2012년) 11월 16일 갑작스레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관련 논의가 중지됐다.

사이토 부장관은 (2013년 10월) 8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현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그렇다면 당시에 일본이 제시한 '3점 세트'는 아직도 유효한가. 16일의 교도통신 보도에 덧붙여 2년 전에 일본이 제시한 내용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적어도 그 선을 출발점으로 해서 더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한국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성급하다. 어느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는 "당시의 민주당과 지금의 자민당은 다르다"고 말했다. 3점 세트를 제시했던 민주당과는 달리,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지금의 자민당은 그리 쉽사리 한국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민주당 정권 시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국내 일본 전문가들의 지적은 타당하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가 연내 해결을 희망한다고 한 것은 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연내 정리를 희망하는 것은 맞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해결의 레벨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연내에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한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만나서 협의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라도 반드시 양측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왜냐하면 한국도 일본도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을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불만을 갖게 되는 내국인들을 설득하려면 지도자가 앞장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한 단계까지 간 적이 없다. 정례적으로 갖기로 한 한일 당국자 간 협의는 과연 어느 쪽으로 흘러갈 것인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규선대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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