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바빌로니아서 태어난 60진법, 수학적 계산-응용에 편리

동아일보 입력 2013-04-24 03:00수정 2013-04-24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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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왜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하루는 24시간, 1년은 12개월 365일일까? 모든 단위를 십진법으로 통일해 1분은 100초, 1시간은 100분, 하루는 10시간 식으로 정하면 편할 텐데…. 》

이만근 동양대 전자유도기술학과 교수(수학)
시간에 쓰이는 혼돈스러운 단위는 수학이 발달돼 온 과정의 흔적이다. 농사짓는 일이 가장 중요했던 고대 문명에선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수학자의 중요한 임무였다. 고대인들은 계절이 정확히 365일마다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이를 1년으로 정한 것은 자연스럽다.

1년을 12개월로 정한 것은 고대 점성술에서 중요시한 황도에 있는 12개의 별자리 때문으로 여겨진다. 중국 문화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12지신(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을 사용했는데, 이런 문화가 없던 마야 문명은 1년을 18개월로 구분했다.

결국 1년을 12개월로 정한 것은 과학적 편리함보다는 당시의 자연철학과 종교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 12시간씩으로 나눈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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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1시간을 60분으로 정했을까? 고대에 천문학에 관한 연구와 기록을 가장 많이 남긴 바빌로니아 문명은 60진법이라는 독특한 숫자 표시 방법을 사용했다. 60부터 새로운 단위가 나타나는 식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단위를 ‘백’이라 하면 바빌로니아인은 숫자를 다음과 같이 셌다. 1, 2, 3, 4,…59, 백. 백1, 백2, 백3, 백4,…백59, 2백….

따라서 이들에겐 한 묶음이 60으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이 1분을 60초, 1시간을 60분으로 만들었다.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12와 60은 다른 수에 비해 약수(約數·어떤 수를 나눠떨어지게 하는 수)를 많이 갖는다. 약수가 많은 수는 수학적 계산과 응용에 편리하다. 이 편리성 때문에 오랜 세월 이 문화유산이 유지돼 왔다.

우리는 10이 되면 단위가 바뀌는 십진법에 익숙하기 때문에, 한마디가 매듭지어지는 수는 10이나 100이어야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100cm는 1m, 1000m는 1km가 된다. 모든 단위를 십진법으로 통일하면 혼동과 불편함이 줄어들 것이다.

실제 이런 시도가 있었다. 프랑스혁명 후 혁명정부는 옛 왕정과 완전히 단절하고 종교적 색채가 없는 새로운 달력, 즉 10의 배수를 기본으로 달력 체계를 채택했다. 공화정이 탄생한 1792년 9월 22일을 첫째 해 첫째 날로 정하고, 한 달은 30일로 하며, 1주일은 10일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1795년에는 시간과 각도도 10의 배수를 기본으로 정했다. 하루=10시간, 1시간=100분, 1분=100초로 말이다.

그러나 새 달력의 사용은 오래가지 않았다. 프랑스혁명 시작 후 10년이 지나도 혼란이 가라앉지 않자 나폴레옹은 1805년에 이를 폐기했고, 다른 시간 단위의 사용도 새 달력의 실패와 함께 추진력을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국가나 국제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십진법을 시간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일례로 1998년 스위스 시계제조회사 스와치는 하루를 1000등분해 ‘비트’라는 단위를 만들었다. 하루의 시작(자정)은 000비트이고 마지막은 999비트, 정오는 500비트가 된다. 스와치는 이를 ‘인터넷 시간’이라 정의하고 실제 이런 시계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만근 동양대 전자유도기술학과 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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