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박현진]‘블룸버그 웨이’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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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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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뉴욕 특파원
박현진 뉴욕 특파원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교통체증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뉴욕을 찾은 관광객만 5200만여 명에 이를 정도여서 도로는 더욱 붐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 안에 앉아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로에 인접한 ‘자전거 전용차로’에 눈길이 간다. 단속이 심하다 보니 차가 막혀도 쉽사리 진입할 엄두를 못 낸다. ‘아무리 환경보호도 좋지만 자전거 전용차로만 없으면…’이란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이다.

이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작품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와 녹색성장을 위해 2006년부터 뉴욕에 300마일(약 482km)이 넘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깔았다. 이것이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4년 뉴욕시장 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잠재 후보 중 일부가 시장에 당선되면 이를 축소하겠다고 나섰다. 비판 여론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전용차로를 공유하는 버스 운전사들도 수차례 볼멘소리를 쏟아 냈다. 블룸버그 시장은 그때마다 “필요한 정책”이라며 오히려 더욱 세게 밀어붙였다.

올해 말 3번째 연임을 끝내고 12년 만에 시장에서 물러날 블룸버그 시장의 각종 정책은 임기 내내 논란을 일으켰다. 2002년 취임하자마자 재산세를 대거 인상했다. 보좌진이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극구 말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당시 지지율은 31%까지 떨어졌다. 그는 6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에 달하는 뉴욕 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라고 훗날 회상했다.

지난해 5월에는 16온스(약 454g) 이상의 대용량 탄산음료를 음식점 영화관 야구장 등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식품업체들이 반대하고 오피니언 리더들도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3월부터 시행된다. 비만 퇴치는 결국 뉴요커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언론은 이런 시정(市政) 운영 방식을 ‘블룸버그 웨이(Bloomberg way)’라고 명명했다.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 제한 논란 때 한 언론매체가 “지지율이 걱정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블룸버그 시장은 “집무실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반대 같은 것도 없을 테니 지지율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억만장자이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리더의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혀 왔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신념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논란을 돌파하는 그를 ‘미국의 새로운 행동 영웅’으로 칭하기도 했다. 일부 리더십 전문가는 ‘블룸버그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가 전략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끈질기게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목표 아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 담뱃세 인상, 뉴욕 식당 내 트랜스지방 사용 금지 및 칼로리 함량 표기 등 일련의 정책을 펼쳤다. 급기야 병원에서 산모가 아이에게 분유 대신 모유를 먹이도록 유도하는 ‘뉴욕 젖 물리기’ 캠페인까지 지난해 9월 시작했다. 그가 추진한 정책마다 시행 당시엔 반발이 거셌지만 이젠 미국의 많은 도시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도 따라오고 있다. 뉴욕 시에 프런티어의 이미지를 입힘으로써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은 일종의 덤이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과 함께 새로운 한국의 국가 리더십이 첫발을 내디딘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공과는 훗날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한국의 새 정부가 눈여겨보고 ‘미리’ 활용하면 어떨까.

박현진 뉴욕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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