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47>승리를 위한 ‘원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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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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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의 협력은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동료와의 협력은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전의도 상실된다. 하지만 이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홀로 싸우는 게 아니라 타인들과 함께 힘을 합쳐 나 자신을 거인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16세기 명나라는 왜구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당시 일본이 만들어낸 일본도가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다.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날카롭기로 유명한 일본도, 단번에 사람 몸통을 가를 수 있도록 제작된 이 칼은 명나라 군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자 명나라의 전설적 명장 척계광(戚繼光·1528∼1588)은 일본도의 위력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군사배치법인 ‘원앙진(鴛鴦陣)’을 만들었다. 12명이 하나가 되어 각각 방패, 사슴뿔 형태의 쇠가 여러 개 달린 대나무, 창과 삼지창 등으로 무장했다. 그러고는 먼저 방패로 칼날을 막아내고 연이어 대나무로 일본도의 움직임을 다시 막고, 또다시 뒤편에서 창과 삼지창으로 왜구를 물리쳤다. 병서 ‘병학지남연의’에는 원앙진의 위력을 ‘천하무적’이라고 표현했다.

원앙진에는 몇 가지 중요한 삶의 교훈이 담겨 있다. 우선 원앙진은 의리와 협력으로 똘똘 뭉친 대열이라는 것이다. 척계광은 12명 단위의 군사들을 팀 단위로 묶으면서 장수가 죽으면 나머지 모두도 사형에 처하는 엄격한 군율을 세웠다. 그러니 장수와 군사 모두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었다. 이 진법이 ‘원앙진’으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원앙새가 흔히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듯이, 원앙진 역시 협동과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각자의 적성에 맞는 임무를 줬다는 점이다. 자신의 강점을 더 강화하고, 이 강화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니 가히 ‘천하무적’이 됐다. 홀로 외롭게 투쟁한 빛나는 승리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쳐 거둬낸 ‘효율적이고 빠른 승리’다. 지금 당신과 함께할 ‘원앙진’의 동지는 몇 명인가. 그들과의 혈맹이 좀더 빠르고 효율적인 인생의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원앙진#이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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