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는 없어… 시간여행 불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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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던 국제공동연구팀 오페라(OPERA)는 최근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측정 오류’로 결론 내렸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진정 존재할 수 없는가?(ID: rebi****) 》
김형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물리학
김형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물리학
이탈리아가 중심이 된 오페라 연구팀은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중성미자를 쏘아 수백 km 떨어진 이탈리아 지하 탄광에서 이를 관측했다. 지난해 9월 이 실험에서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고 발표해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이 팀이 실험 과정의 잘못을 인정했고 이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경제위기로 지속적 지원을 받는 것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한 일부 연구자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실험 결과를 터뜨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탈리아 중성미자’만 빛보다 빠를 수 있다는 농담을 한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우선해 빛의 속도가 자연의 기본적인 상수임을 밝혔다. 빛이 30만 km를 움직이면 시간이 1초 흐른다. 빛뿐만 아니라 모든 질량이 없는 입자는 광속으로 움직이는 운명을 타고났고, 질량을 가진 입자는 항상 광속보다는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이에 반해 3종류가 있는 중성미자는 대부분 질량이 전자의 100만분의 1보다도 작고, 이 중 가장 가벼운 중성미자는 심지어 질량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빛보다 빠를 수 있는 입자를 찾는 실험을 할 때 중성미자가 거론되는 것이다.

광속이 불변의 최대속도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까지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빛보다 빨리 움직인다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날 때 음파가 따라가지 못해 충격파가 생기는 것처럼, 광속 이상으로 움직이는 물질이 있다면 체렌코프 복사로 에너지를 잃는다.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경우 빛과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다른 중성미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에너지를 급격하게 잃어버리게 된다.

빛보다 빠른 입자가 있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입자 하나와 같은 미시적 세계에서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는 증명은 없지만 사람을 태우고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불가능하거나 요원해 보인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을 이용해 정보를 빨리 이동시킬 수는 있지만 엎질러진 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엔트로피는 물체의 열량을 절대온도로 나눈 값에서 비롯한 개념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자연계의 무질서한 정도도 증가한다.

만약 우주가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황(무질서함이 최대인 상황)에서 시작했다면 시간의 변화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지 못할 것이다. 왜 초기 우주는 낮은 엔트로피로 시작되었을까? 지금 CERN 학회 참석을 위해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이런 질문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채널A 영상] 중성미자, 주변 물체에 무반응…지구 도달해도 그냥 통과

김형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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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중성미자#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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