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발로 넣는 골… 말로 넣는 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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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가 진심은 안 그런데 마음이 여려 기자회견을 하긴 힘들 겁니다.”

박주영(아스널)이 모교 고려대를 방문해 1억 원의 장학금 기부 약속을 한 지난달 25일 그를 잘 아는 고려대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병역 기피 논란에 대한 해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소 ‘나만 잘하면 되지’라며 남을 의식하지 않는 스타일로 볼 때 선수생활 마치고 군대에 가겠다는 자필 서약서까지 병무청에 낸 박주영이 따로 해명 기자회견을 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사실 박주영은 프로는 물론이고 각급 대표팀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천재성을 가진 데다 축구에만 집중하고 선배 혹은 후배로서 팀워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와일드카드로 후배들과 함께하면서도 팀에 완전히 동화돼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이 골잡이 기근으로 고민하며 박주영을 다시 와일드카드로 뽑으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박주영은 평소 기자들에게는 인터뷰하기 가장 어려운 선수로 ‘악명’이 높다. 귀국할 때 공항에서 기자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할 때도 대표팀 언론 담당관이 잡아 놓은 인터뷰까지 거부했다. 박주영은 언젠가 “어디 인터뷰가 한 번에 끝나나. 여기저기서 요청해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언론 기피’에 대해 해명한 적이 있다.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주위에서 귀찮게 한다는 투의 대답이었다.

이번 병역 논란에 대해서도 박주영은 떳떳하기 때문에 굳이 해명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13일 기자회견장에도 홍 감독을 비롯한 축구 관계자들의 집요한 설득 끝에 마지못해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축구스타 박주영은 공인이다. 의혹을 사는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다.

박주영은 이날 병역 논란을 해명한 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스타에게 언론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스타는 자기의 세계에서만 살 수 없다. 박주영이 이제라도 더욱 활발히 소통했으면 좋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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