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15>“열정으로 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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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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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천재 화가 최북
조선 후기 천재 화가 최북
현대인의 세계관을 지배하는 것 중 하나가 인과성이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어야 하고, 원인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도 있다는 논리는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물리학이 아닌 인간학의 관점으로 들어오면 이런 인과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놀라운 업적을 이루는 사람들의 삶에서 이런 인과성은 뚝뚝 끊어지곤 한다.

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崔北·1712∼?)은 평생을 광기로 살았던 천재 화가다. 그의 삶은 ‘금릉집(金陵集)’과 ‘호산외사(壺山外史)’ 등에 기록돼 있다. 하루는 세도가의 사람이 최북에게 그림을 요청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세도가가 협박을 하자 최북은 “남이 나를 손대기 전에 내가 나를 손대야겠다”며 자신의 눈을 찔러 멀게 했다. 그의 최후 역시 광기 어린 모습이었다. 어느 날 금강산의 구룡연(九龍淵)을 구경하면서 술을 마시며 한껏 취해 울다가 웃던 그는 “천하 명인 최북은 마땅히 천하의 명산에서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며 심연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최북의 생각과 행동은 인과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천재성과 연관돼 있다는 게 현대 과학으로 입증됐다. 미국의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기분장애, 특히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bipolar disorder)는 천재들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들의 생각 자체에 일정하게 패턴화된 인과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기적이라고 불릴 만한 거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삶에서도 인과성은 희박하다. 처절하게 가난하게 태어난 아이들, 혹은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증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노숙을 하던 아이들이 커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것이다. 원인만 따져보면 영원히 이 사회에서 소외된 자로 살아가야 마땅한 사람들이 인과의 법칙을 무시하고 기적을 이뤄냈다. 이런 인과성을 메워주는 게 바로 광기에 가까운 열정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주저한다. ‘내가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등의 인과적 사고를 하면서 자신을 현실에 주저앉게 만든다. 하지만 인과적 사고에서 벗어나 오로지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미래를 향해 광포하게 질주할 때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천재들처럼 말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투자#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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