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한국 탁구, 만리장성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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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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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10일, 전북 익산의 아홉 살 된 소녀는 가슴이 설렜다. 이날 유고(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이 일본을 3-1로 꺾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단체전 세계 제패를 이뤄낸 주역은 이에리사(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와 정현숙(대한체육회 이사)이었다. 소녀는 작은 공으로 총알 같은 스매싱을 날리고 묘기하듯 받아 내는 탁구에 매료돼 라켓을 잡았다. 1980년대 탁구 스타였던 양영자 씨(48·사진) 얘기다.

양 씨는 현역 시절 ‘중국 킬러’로 불렸다. 198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도쿄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16강전부터 4강전까지 중국 선수를 모두 꺾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복식 결승에서도 현정화(대한탁구협회 전무)와 짝을 이뤄 중국을 눌렀다.

하지만 최근 한국 탁구는 ‘중국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남녀 단체전 모두 중국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양 씨는 “중국이 못 넘을 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몽골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만난 중국의 한 탁구 원로는 “중국 탁구는 1970, 80년대가 더 강했다. 요즘은 다른 나라가 탁구를 못해 중국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탁구가 기술은 좋아졌지만 예전만큼의 파워나 파이팅 등 정신력은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양 씨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탁구는 과거의 패기를 되살려야 해요. ‘반드시 중국을 넘는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다면 7월 런던 올림픽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 거라 믿습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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