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KT 또 ‘PO 악몽’ 자신과 싸움부터 이기는게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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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약국이라도 차린 듯했다.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의 부산 홈경기 숙소인 한 호텔 9층 방 창가에는 조제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기침, 위장약 등에 수면제도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담배 5갑이 놓여있었다.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기침을 하면서도 전 감독은 연방 담배 연기를 뿜었다.

8일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끝에 2점차로 패한 뒤였다. “뜻대로 안되네요. 어제 연습할 때까지 그렇게 몸도 좋고 패턴도 잘 따라 하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굳어서 제대로 뛰지를 못하니….” 한숨을 내뱉는 전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KT는 전 감독이 부임한 2009년부터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결과는 나빴다. 2010년 4강전에서 KCC에 1승 3패로 탈락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으로 4강에 직행했지만 동부에 1승 3패로 무너졌다. 당시 1차전을 이기고 내리 3연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앞선 두 차례 실패 끝에 KT는 이번에 2전 3기를 노렸지만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부상자가 많아 주전 몇 명에만 의존하면서 뒷심 부족에 허덕였다. 경험 부족으로 약속된 플레이를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하거나 파울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찰스 로드가 공을 갖고 있을 때 나머지 4명이 일제히 서 있는 일도 일어났다. 전자랜드의 거친 플레이에 휘말린 측면도 있다.

전 감독은 “나 역시 승부에 집착하다 보니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분위기를 추스르고 자신감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KT는 과연 플레이오프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자신과의 싸움부터 이기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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