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김승유 회장, 지금이 떠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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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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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경제부 기자
유재동 경제부 기자
지난달 중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났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였다. 김 회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발표만 하면 다음 수순은 다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대화 중간 중간 “나도 지친다” “나이 드니까 모진 일을 하기 싫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 나이로 ‘칠순’, 하나금융 40여 년 역사의 산증인인 그의 말이 지닌 의미를 모두 헤아리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제 마음을 정리했다”는 신호로 들렸다.

지난달 27일 외환은행 인수 승인 결정이 난 뒤 김 회장은 기자에게 “내 소임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들에게도 “더는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같은 사실이 동아일보 단독보도(본보 1월 30일자 A5면)로 공개되자 ‘포스트 김승유 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주변의 설득 때문에 그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확고한 사임 의지에 비춰볼 때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고 했다. 40여 년간 그가 일궈온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올라섰다. 직원 20명의 작은 회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해 충청 보람 서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품에 안으면서 주요 금융사로 키워냈다. 그의 표현대로 “금융인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사임 결심이 개인적으로 지쳤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 몇몇 금융지주사에서 경영권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과 잡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느낀 바가 적지 않았을 법하다. 외환은행 인수를 특혜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불편함보다는 섭섭함이 앞섰을 것 같다.

그의 퇴진을 바라보는 주변의 걱정은 이해할 만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 김 회장만 한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다. 조직을 추스르고 발전시킬 후계자를 키우는 것도 최고경영자(CEO)의 몫이다. 그것이 조직이 돌아가는 이치다.

권력은 얻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용퇴를 결심한 그는 박수 받고 떠날 때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김 회장을 위해서나, 하나금융을 위해서나 주변에서도 이젠 그를 놓아줄 때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의 자리를 물러날 적기(適期)가 지금이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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