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이것만은…/이종선]‘행복한 사람 만들기’ 위해 일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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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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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전화하기…가족여행… 행복을 화두로 하니 삶이 바뀌어
주변 사람들 사는 얘기 들어주고 기부-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야지

얼마 전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에 대비한 강의를 했다. 그들이 내게 기대했던 건 복장이나 화술, 표정관리와 자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학생들로서는 ‘무슨 이런 강의가 있나’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강의 중에도 느꼈고, 후일 내게 보내온 e메일의 내용들을 보아도 그들 역시 그런 시각적인 것에 목말라 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여느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보다 설레어 하며 시작했던 마음 때문인지 나도 보람을 느낀 강의였다.

그 강의에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마음’이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결혼 준비 잘돼가’라고 물으면, 으레 웨딩드레스나 예식장 등에 대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야말로 ‘결혼 준비’가 아니라 ‘결혼식 준비’다. 물론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이지만, 정말 좋은 배우자가 될 마음의 준비, 즉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웨딩플래너들이 식장 장식이나 사진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부부 되기’ 프로그램을 더 열심히 권했으면 좋겠다. 사실 결혼을 결심하기 이전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지만, 사랑하면 별도 따다 줄 만큼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쉽게 간과하지 않나 싶다.

면접 역시 준비할 것이 산뜻한 의상이나 그럴싸한 자기소개, 출중한 화술은 아닐 것 같다. 평소 대인관계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람과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배려나 공감 능력 등을 미리 고민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고는 면접 횟수만 늘어날 것이다.

1년 전 개인적으로 몸이 아픈 뒤로 일을 5분의 1로 줄이고 창업 17년 만에 안식년처럼 2011년을 보냈다. 그 경험은 내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강의 100시간을 포함해 한 달 평균 400시간씩 일했던 지난 10여 년도 보람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던 내가 기특하긴 하다. 하지만 일을 줄이면서 자세히 나를 들여다보게 됐고, 그간 귀한 것을 많이 놓친 나를 발견했다.

중학교 졸업 이후 30년간 내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 축하전화를 해준 친구에게 내가 먼저 연락한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푹 빠져 즐길 만한 취미생활도 없었다. 부모님의 생신이나 명절만 챙기고도 죄책감이 없었다. 개인 컨설팅을 할 때도 공익적인 것보다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단한 사람들의 일정을 잡는 게 우선이었던 같다. 몇 군데 보내는 후원금과 한 달에 한두 번의 몸 봉사로 세상을 돌아보며 사는 나라고 착각했다.

행복을 화두로 고민하면서 요즘의 나는 달라졌다. 부모님께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고 엄마의 긴 수다도 들어드린다. 소박하나마 가족들과 여행도 함께한다. 얼마 전에는 생전 처음 해인사의 팔만대장경도 보고 왔다. 내 일과 관계되지 않아도 사람들 사는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기부나 봉사에 더 몰두한다. 속상하게 했던 건강 악화가 내게 참 많은 변화를 주었으니 그야말로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간의 내가 ‘능력 있는 사람 만들기’를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행복도 학습이 필요하다던 달라이 라마를 떠올리며 ‘행복한 사람 만들기’를 위해 일하고 싶다. 행복할 때 두뇌도 최상으로 작동한다. 명상이나 담배를 끊는 것보다 2배 이상 건강에도 좋다. 이미지 역시 ‘행복한 이미지’가 가장 신뢰가 가고 안정적이다. 그러니 행복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연일 불행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이혼율과 자살률도 세계 최고다. 정형화되고 제한된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니 다들 불행해진다. 엄마가 정해주는 미래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꿈을 들여다볼 줄 알고, 연봉 때문이 아닌 진짜 직업을 택하게 돕고 싶다. 평수가 문제인 ‘하우스’ 말고 ‘홈’을 만들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을 닮아가고,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절대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는 걸 다시 배우고 싶다.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곳에만 다녀가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곳. 이름을 지어야 한다. 뭐라고 지을까.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곳….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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