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받는 셰프라면 10명 중 9명은 “지금 나오는 것이요”라고 말할 것이다.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 최고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봄철에 마치 ‘자연마트(Mart)’ 같았던 산야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다소 빈약해진다.
하지만 초록 매실이 있고 시커멓게 익어가는 복분자가 눈 코 입을 자극한다. 비록 가을에 수확하지만 사각사각한 얼음 육수에 말아먹는 도토리도 사시사철 가리지 않는다.
숲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자연 음식은 언제나 맘 편하다.
요즘 전북 고창과 정읍 순창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복분자를 수확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집산지다. ‘복분자(覆盆子)’란 이름의 유래는 우습고 야하다. 이를 먹으면 어찌나 정력이 강해지고 소변 줄기가 세어지는지 요강이 뒤집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항아리 분(盆)’자, ‘뒤집어질 복(覆)’자, ‘아들 자(子·열매)’자를 쓴다.
원래는 매자라 불렸다. ‘본초몽전’에는 ‘복용하면 익신(益腎)하여 소변을 수렴해 변기가 필요 없다’고 했다. 요강을 뒤엎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신장에 좋아 오줌을 참게 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전라도 말로 ‘거시기’에 좋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동의보감’에서도 남성의 양기와 여성의 음기를 보하는 데 탁월하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북 고창 선운산 입구에서 열린 복분자 축제장에는 중년이 많은 것 같았다.
산딸기와 복분자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산딸기는 익으면 빨간색을 띠지만 복분자는 검붉은색이다. 맛도 산딸기는 달면서 시지만 복분자는 단맛이 적고 떫은맛이 있다.
산지에서 생과(生果)를 따는 체험도 쏠쏠한 재미다. 한두 개 먹다 보면 입 주변은 즙으로 온통 진보라색이다. 연인과 이런 체험을 하면서 ‘거품키스’가 아닌 ‘즙키스’를 해보는 게 어떨까.
복분자를 이용한 요리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육류에 사용하면 누린내가 없어지고, 생선에 사용하면 비린 맛이 사라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