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유럽노선 항공권값 오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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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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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로 구입비용 발생…
美-中 항공사들 제소 등 EU와 분쟁

내년 1월 실시되는 항공분야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ETS·Emissions Trading Scheme)를 앞두고 전 세계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추가 비용 부담 때문에 유럽노선 항공권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가는 EU와 분쟁이 벌어졌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EU 지역 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는 EU-ETS의 적용을 받는다. EU는 올해 말 전 각 항공사에 온실가스 무료배출 허용량을 배분할 예정인데, 배출량이 이를 넘어서는 항공사는 초과분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도 탄소배출량 산출을 위해 EU가 공인한 업체를 통해 인증을 마치고 관할국인 독일에 검증 결과를 제출했다.

배출권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막으려면 연료 소모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미 항공사들은 지출에서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공유 구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료 효율성 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단기간에 감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짧은 시간에 대체연료를 찾거나 효율이 좋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EU-ETS 규제를 따르면 배출권 구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정확한 무료 배출 허용량이 정해지지 않았고, 배출권 가격도 변동이 심해 추가비용을 정확히 추산하긴 어렵지만 국내 항공업계는 매년 수십 억∼수백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EU 항공부문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대응방안 구축’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배출권 구입비용은 내년에만 최소 54억 원에서 최대 271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비용은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196억∼98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TS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가 직면한 문제. 중국과 미국 등은 EU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항공연합(CATA)은 EU 지역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사에 강력하게 보복할 것을 중국정부에 주문했고,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은 공동으로 EU 법원에 제소했다.

조준행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항공사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배출권을 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분은 거의 그대로 항공권 요금에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배출권거래제 ::

일정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기업과, 아직 배출 허용량에 여유가 있거나 숲 조성 등으로 배출을 줄인 기업이 서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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