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진정한 선(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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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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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적(液滴)-두징원(杜靖文) 그림 제공 포털아트
액적(液滴)-두징원(杜靖文) 그림 제공 포털아트
#1. 천당을 목표로 산 목회자

평생 죄를 짓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한 목회자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온갖 상황에 처하며 죄를 짓지 않고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과 신도, 이웃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죄 짓지 않는 선한 삶을 살겠노라 선언적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맹세를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기회 있을 때마다 격려하며 존경의 뜻을 나타내곤 했습니다.

드디어 목회자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맹세대로 평생 죄를 짓지 않고 살아 이제 비로소 하나님이 계신 천당으로 가게 되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숨을 거두기 직전 임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자신처럼 죄 없는 인생을 살아 천당에서 만나자고 유언했습니다.

목회자의 영혼은 빛이 없는 공간에서 다시 깨어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슴푸레한 공간에 자신과 비슷한 영혼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평생 죄를 짓지 않아 당연히 천국으로 갈 거라고 믿었는데 왜 이렇게 어둡고 음울한 공간에 머물고 있는가, 기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주관하는 지도령을 불러 따졌습니다. “난 평생 단 한 번도 죄를 짓지 않고 완전히 선한 인생을 살았는데 어째서 날 천당으로 인도하지 않고 여기 머물게 하는 거요?” 그러자 지도령이 준엄한 음성으로 목회자의 영혼을 꾸짖었습니다. “너는 평생 네 자신을 위해 죄를 짓지 않았을 뿐이다. 네가 남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

#2. 여자를 품은 수도승

젊은 수도승 둘이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평야지대를 지나고 산을 넘자 급류가 흐르는 강이 나타났습니다. 강가에 한 여자가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강 건너 마을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과 저쪽에 밧줄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물살이 너무 세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수도승이 급류가 흐르는 강을 건너려 할 때 여인이 다가와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절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강 건너 마을에 병든 아버지가 있어서 꼭 건너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의 말을 듣고 두 수도승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들은 말없이 단지 서로의 표정만으로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잠시 뒤 수도승 중 하나가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먼저 강을 건넜습니다. 뒤에 남았던 수도승은 여자를 안고 강을 가로지른 밧줄에 의지해 무척이나 힘들게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너자 여자는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먼저 강을 건넌 수도승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자가 사라진 뒤 두 수도승은 말없이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침묵하며 걷던 끝에, 강을 먼저 건넌 수도승이 나중에 건넌 수도승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부끄럽지도 않소? 수행을 하는 몸으로 어떻게 여인네의 몸을 안고 강을 건널 수 있는 거요?” 그러자 여자를 안고 강을 건넌 수도승이 “하하” 하고 소리 내 웃으며 이렇게 응대했습니다. “아니, 스님은 아직도 그 여자를 안고 있는 거요?”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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