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희망이 싹트는 교실]한국판 ‘엘시스테마’ 꿈꾸는 서울 상봉초교의 “브라보”

입력 2010-11-05 03:00업데이트 2010-11-05 09:2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러 국립 오케스트라가 찾아왔다… 초등 운동장서 희망을 연주했다
3일 서울 중랑구 상봉초등학교 운동장에 만들어진 무대에서 ‘상봉윈드오케스트라’ 학생들이 김주선 교사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고 있다. 이날 음악회에는 쌀쌀한 저녁 날씨에도 학생, 학부모와 지역 주민 14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 서울시교육청
3일 오후 6시 컴컴한 서울 중랑구 상봉초등학교 운동장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무대에서 이 학교 ‘상봉윈드오케스트라’ 학생 40명이 연주하는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 1400여 명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아이들의 연주는 박자를 놓치고 음정이 틀리는 등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주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전문 연주자 못지않게 진지했다. 문중근 상봉초교 교장은 “날씨가 추워 관객이 많이 오지 않을까봐 의자 1000개를 놓으면서도 계속 걱정을 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는 상봉초교가 주최한 러시아 국립 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회. 러시아에서 온 전문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르기 전 식전공연으로 상봉윈드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펼친 것이다.

상봉윈드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모두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관악기와 타악기를 처음 만져 봤지만 방과 후 틈틈이 연습해 연말에는 정식 공연을 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사립초교에서 오케스트라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공립초교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학교로 선정된 상봉초교는 학생 5명당 1명이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교육복지투자 대상자일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많다.

문 교장은 “우리 학교 아이들은 문화적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에게도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문 교장은 앞으로 음악 교육을 더욱 확대해 ‘엘시스테마 상봉’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소외된 청소년에게 음악을 가르쳐 꿈을 심어준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교육재단을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날 상봉윈드오케스트라의 아이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만나 특별한 수업을 받았다. 전문 연주자들이 학생들의 연주를 지켜봐 주고 협연도 해본 것이다.

내한공연차 한국에 온 오케스트라가 이 학교를 찾아온 것은 상봉초교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김주선 교사 덕분이었다. 평소 교사 밴드에서 활동하는 등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사가 이들의 내한 소식을 듣고 직접 연락해 “남는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줄 수 없겠느냐”고 했던 것이다. 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여유 일정 이틀 중 하루를 흔쾌히 상봉초교를 위해 썼고 이날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그리운 금강산’ 등 13곡을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들려줬다.

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노태철 씨는 상봉초교 학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우리의 연주보다 상봉윈드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