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에릭손 中 난징공장의 ‘소통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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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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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 中파트너 영향력 막강
시설견학 취재단 엄격 통제

‘스웨덴의 세계적 통신장비 기업 에릭손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19일 중국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에 위치한 에릭손의 난징 생산시설에 들어서기 전 기자의 궁금증입니다. 에릭손은 18년 전 이곳에 진출해 현재는 연간 170억 위안(약 3조6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투자 환경이 지금보다 더 척박했을 때부터 사업 기회를 개척해 선전하고 있는 것이죠. 생산 공정을 둘러보기에 앞서 진행된 에릭손 임원들의 설명은 에릭손의 경쟁력에 대한 기자의 궁금증을 일부나마 해결해줬습니다.

그런데 공장을 둘러보면서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생산시설에 들어서자 서너 명의 중국인 직원들이 한국 기자들을 포함한 20명 안팎의 외신 기자단을 따라다니며 내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모습이 아니라 기자 각각의 얼굴을 꼼꼼하게 촬영했습니다. 방문 기념사진치고는 너무 자주, 꼼꼼하게 찍는 바람에 찜찜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생산시설을 방문한 이유는 에릭손의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과정은 완제품을 포장하거나 단순 작업을 하는 데 한정돼 있었습니다. 일부 공장 직원은 제품을 조몰락거리기만 하며 기자단을 힐끔힐끔 보거나 허공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생산시설 옆의 연구개발(R&D)센터 앞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함께 취재를 하던 한 영국인 기자는 “중국의 다른 생산시설도 많이 방문해봤지만 이처럼 보수적이고 깐깐한 곳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에릭손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중국기업이었습니다. 이곳저곳 취재를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에릭손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중국계 자본과 ENC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최대주주가 에릭손인데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호칸 순드크비스트 ENC 사장은 이곳 인력의 우수성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했습니다. 현지 출신 대졸자가 전체의 68%이고 직원이 2000명에 불과한데 매년 5만 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에릭손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기자는 중국식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 현장을 나서면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에릭손의 훈련을 받은 젊은 중국 인재가 어떻게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지 궁금해졌습니다.

조은아 산업부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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