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 자산재평가 기업 투자땐 ROE 하락 여부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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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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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11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 및 금융사를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의무 도입한다. 2011년부터 시작이니 아직은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등 일부 대기업이 2010년부터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의 반응은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 도입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즉 그동안 한국의 회계제도에 대해 일말의 불신을 품고 있었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회계적 투명성을 보장해 주고 결과적으로 해외 경쟁사와의 실질적인 비교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IFRS 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최근 들어 기업들의 자산재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IFRS가 재고자산, 유형자산, 투자부동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는 회계장부에 자산의 가치를 구입 가격으로 기록했으나 앞으로는 공정가치, 즉 시가로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재평가의 대상이 되는 자산 중 가장 변화가 큰 것은 토지 항목이다. 주요 상장기업 313사의 장부상 토지 가격을 2008년 말 기준 공시지가로 전환해보면 토지가격이 24.7%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자산이 증가하는 만큼 재평가적립금이라는 항목으로 자본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자산재평가를 하게 되면 자산과 자본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다. 부채 규모는 그대로인데 자본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재무구조의 개선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이다. 또한 주당 순자산가치가 높아지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져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진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익의 변화 없이 자본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산의 시가평가만으로는 주가 상승을 유인하기 힘들다. 실제로 과거 자산재평가가 유행했던 1997∼1999년의 사례를 보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재평가가 직접적인 주가 상승의 유인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익이 늘어나지 않으니 당연히 현금 유입도 발생하지 않는다. 주가가 이익이나 현금 흐름의 함수임을 감안하면 자산재평가가 의미 있는 주가 반응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자산가치가 상승하지만 ROE가 하락한다면 이는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따라서 자산재평가 기업에 투자할 때에는 재무구조의 개선효과뿐만 아니라 ROE의 하락이 나타나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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