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작심삼일로 슬퍼하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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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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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 콤플렉스-호모파베르 초상(homo faber portrait) 김영민. 그림 제공 포털아트
릴리스 콤플렉스-호모파베르 초상(homo faber portrait) 김영민. 그림 제공 포털아트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작심(作心)을 합니다. 올해는 반드시 담배를 끊으리라, 술을 끊으리라, 하루에 몇 개씩 영어 단어를 외우리라, 다이어트에 성공해 S라인을 만들리라, 운동을 열심히 해 근육질 몸매를 만들리라 등등. 처음 며칠은 지나치게 긴장하고 과도하게 실천하려 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나태해지고 얄팍해지는 자기 저항력에 부딪쳐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는 걸 경험합니다.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 그 탓으로 돌리고 일이 생기지 않으면 스스로 핑곗거리를 만들어 슬금슬금 자기변명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어느 날, 작심하기 전과 똑같은 나날을 보내거나 작심하기 전보다 훨씬 못한 나날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오를 다지는 데 3일이 걸렸다는 의미도 되고 각오가 3일밖에 유지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대부분 후자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새해의 각오가 실패로 돌아가면 깊은 좌절감과 절망감, 심지어 자기 모멸감에 시달리며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되씹고 곱씹습니다. 자기 인생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각오했는데 실패로 돌아갔으니 깊은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자포자기 상태로 더 피우고 더 마시고 더 먹고 더 노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심삼일의 핵심은 ‘작심’이라는 말에 있습니다. ‘마음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라는 것이 마치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대상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호모파베르(homo faber·공작하는 인간)’라고 해도 마음까지 내키는 대로 조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욕망(作)보다 마음(心) 자체를 들여다보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나는 왜 술에 의존하는가, 나는 왜 담배에 의존하는가, 나는 왜 과도하게 먹으려 하는가, 나는 왜 몸매를 중시하는가, 나는 왜 영어에 집착하는가…. 마음의 뿌리에 분명한 해답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긍정하고 수용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또한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인지과학 분야에서의 실험 결과는 작심삼일의 실패를 당연한 결과로 밝히고 있습니다. 사람의 의지나 인격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각오의 강도를 높게 유지하지만 이것저것 밀려오는 세파에 시달리는 동안 그것의 중요도가 점차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니 작심삼일의 실패에 시달리지 말고 오히려 그것의 중요성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 삶에 변화와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계획,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고 또한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작심삼일, 좌절의 통로가 아니라 자기 긍정과 격려를 통한 진화의 관문입니다. 힘!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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