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이라크 美軍, 2년내 절반 줄여라

  • 입력 2008년 6월 13일 02시 58분


올봄 미국 의회에 출석한 데이비드 페트로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앞으로 수년 동안 미군 감축이 언제 이뤄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한사코 대답을 피했다. 그는 “상황이 잘 진행되면 올가을에 약간의 추가 감축이 가능할지 모른다”고만 말했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2010∼2011년에 미군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2013년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비전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감축 속도를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상황의 핵심은 2008∼2009년에 미군을 더 줄이더라도 2007년 채택한 전략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개월간 미국은 2007년 배치된 미군의 25%에 해당하는 8개 전투여단을 줄였다. 최근에는 이미 대규모 감축이 이뤄졌고, 미국은 이라크에서 떠나기 전에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확고히 해야 한다.

2008년과 2009년 이라크 선거 과정이 완료되기 전까지, 더 많은 난민이 집에 돌아오거나 어딘가 정착하기 전까지, 거대한 파국의 잠재성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라크 보안군은 여전히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종파 간 긴장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수니 아랍지역인 알안바르 주의 경우 2007년에 미군 15개 기동대대가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6개 대대로 줄었다. 2007년 미군은 이라크 보안대와 함께 이라크 전역을 순찰하는 임무에 참여했으나 이제는 참여도가 50% 정도에 그치고 있고 조만간 25%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군의 주둔은 여전히 필요하다. 치안유지 활동은 물론이고 밀수꾼과 외국 테러리스트의 활동으로부터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미군 군사고문단의 협조가 필수이다. 미군은 항공정찰, 공군 및 포병, 기갑부대 등 필수적인 전투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라크 보안군은 이미 이라크 내 지상군과 경찰력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이미 18개 주 중 절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이들은 알안바르 지역에서도 치안유지 및 전반적인 평화유지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라크 북부 지역은 여전히 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스라 지역의 치안 역시 불안하며 바그다드도 실향민들이 대거 귀향할 경우 종파 간 분쟁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란은 무기지원 등을 가속화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미군 전투병력을 완전히 철수하거나 철군을 서두르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미군은 주둔군을 줄이더라도 이라크 보안군 인력 양성을 돕고, 지속적인 군사자문으로 실전 경험을 전수하고, 최신 장비와 기술을 제공하며, 이라크가 예기치 못한 혼란에 빠질 경우 신속기동군을 가동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일률적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안바르 지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향후 약 2년 동안 대부분의 이라크 지역에서 전투병력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첫 4년 임기 말까지 이라크 파병 전투병력을 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은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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