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눈 빠지게 눈 기다리는 유럽의 겨울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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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겨울이 예년 같지 않다.

북유럽에서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기온이 평년에 비해 5도 이상 높다. 스위스 제네바에선 봄의 전령인 밤나무가 벌써 싹을 틔웠다. 눈이 쌓여 있어야 할 알프스에는 아직도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봄꽃도 눈에 띈다. 너무 따뜻한 날씨에 러시아 곰들이 겨울잠을 자러 갈 생각을 않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상 난동(暖冬)이다.

일반인들로선 따뜻한 겨울이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나 겨울철 장사를 위해 단단히 준비해 온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기설제(祈雪祭)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스키 리조트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진작 문을 열었어야 할 알프스의 스키장들은 개장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다. 어떤 리조트는 이달 23일까지로 개장을 늦췄다. 비교적 고지대인 스위스 체르마트 지역의 리조트들은 지난 주말 개장했다. 하지만 해발 3800m인 리조트에서도 전체 슬로프의 15%만 열었을 정도로 눈이 부족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컵스키대회가 잇따라 취소됐다. 오스트리아의 대회 예정지에선 비까지 쏟아져 그나마 있던 눈도 녹아버렸다.

유럽 각국의 겨울철 관광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오스트리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서도 겨울철 관광 수입에 절대적으로 시 재정을 의존하는 티롤 지방의 작은 도시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스키장 측은 “가을을 좀 더 연장해서 즐기세요”라며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스키 대신 하이킹을 권유하고, 온천과 크리스마스 쇼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

하지만 그런 전략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눈이 와야 한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앞으로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런 상황이 올해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적설량은 4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 알프스의 적설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러다 알프스에서 사시사철 론스키(lawn ski·잔디에서 타는 스키)밖에 탈 수 없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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