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경제 저런교육]“돈주세요”하던 아이들이 “돈벌래요”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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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경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경제신문을 보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경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경제신문을 보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리코더 사게 돈 주세요!” 소영이는 음악 수업에 리코더가 필요하다며 아침부터 엄마를 졸라댔다. “저번에 사 둔 게 있을 거야. 좀 더 찾아보지 그러니?”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사 주세요.” 소영이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찾아봐도 없다던’ 리코더는 나중에 소영이 방에서 3개나 발견됐다. 용돈은 피자나 치킨 사 먹는 데 다 썼다. ‘돈이야 뭐, 엄마 조르면 바로 나오는 거지.’ 소영이는 물건이 왜 소중하고,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몰랐다. 그렇게 철없던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엄청 ‘짠순이’가 됐다. 소영이는 이제 적립 혜택을 주는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고, 가게에 갈 때마다 무료 쿠폰을 잊지 않고 챙긴다 “이담엔 내가 돈 벌어서 배낭여행 갈 거예요.” 엄마는 요즘 ‘소영이가 어른이 돼 간다’는 걸 느낀다. 소영이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례

○ 경제교육 시범학교로 선정

소영이가 다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경초등학교에는 ‘경제전시실’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학생들이 만든 경제 관련 포스터와 표어, 글짓기, 재활용품으로 만든 각종 물품이 전시돼 있다.

상경초등학교 임종태 교육과정부장은 “경제전시실은 2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물”이라고 자랑한다.

지난해 초 상경초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하는 소비자 경제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 아이들의 달라진 기업관

“요즘 아이들의 일기를 보면 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건 월드컵 4강 진출만큼 기쁜 일이래요.”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최은주 교사는 경제교육이 아이들의 기업관마저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기업인들은 돈만 아는 수전노’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제 ‘기업의 이윤은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는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만든 ‘어린이 경제신문’에는 빌 게이츠 등 세계 유명 기업인이 여러 명 등장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경제와 친숙해지도록 교실 게시판에 경제용어 해설이나 소비절약 실천사례를 게시하고 있다.

또 물물교환 행사인 ‘바꿈의 날’, 엄마와 함께 시장보기, 증권선물거래소 견학, 미니 창업교육 등 체험 학습도 하고 있다. 용돈기입장, 저금통장 만드는 것은 기본이었다.

○ 끝나지 않은 교육

“애들이 ‘돈독’이 올랐어요.”

최 교사는 “이제 아이들은 선생님이 뭘 시키면 ‘상금이 얼마예요?’ ‘원고료는 얼마예요?’ 하고 묻는다”고 했다.

경제교육의 부작용일까.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돈의 의미를 알아 간다는 증거다. 대학 등록금 등 미래에 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00만 원 이상의 ‘거금’을 모아놓은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학교는 경제교육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경제관련 도서만 2000여 권이 쌓여 있다.

2년간의 시범학교 기간은 올해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상경초등학교의 경제교육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이해

“경제 교육은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고, 습관으로 정착돼야 합니다.”

“학교는 지금까지 경제 교육 아이디어를 내고 학부모에게 따라 줄 것을 부탁해 왔습니다. 가정도 바람직한 경제 교육 사례를 수집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서울 상경초교 교사들은 ‘시범학교 경제 교육 보고회’를 했다. 경제 교육은 성과도 많았지만 아쉬움도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담당 교사가 바뀌더라도 아이들이 받는 경제 교육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 모든 학생이 경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아니었다.

최은주 교사는 “아이들의 경제 교육은 학교와 가정, 사회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결손가정 아이들의 경우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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