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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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굳이 그것을 따르려고 애쓰지는 말게. 그것보단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하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불행해. 이런 상황에 처한 나보다도 말야.” ―본문 중에서》

이제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바라보고 있으며, 현재의 성인들은 사고만 당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90세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러한 고령화는 인류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일이며,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인간의 신체는 약 20년간 성장하고 20년간 최고조에 달했다가 서서히 기능의 쇠퇴를 맞는다. 100년 전만 해도 평균 연령이 50이 안 되었으므로 사람의 일생은 성장하고 최고조를 맞이하고는 곧 죽음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인생의 절반인 약 40∼50년을 ‘쇠퇴기’의 노인으로서 경험할 수밖에 없다. 태어남과 성장, 젊음 등 희망적인 것의 반대편에 늙음과 노쇠, 죽음 등 절망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인생의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모리는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죽어간다’는 말이 ‘쓸모없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스스로의 경험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실제 대학 교수였던 주인공 모리는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그러나 그는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긍정적인 인생관으로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교훈과 희망을 안겨주었고 미국 ABC TV의 ‘나이트라인’에 출연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대학 시절의 친밀했던 제자 미치의 방문을 받는다. 이후 14주간 매주 화요일 이루어진 모리와 미치의 대화가 이 책의 내용이다. 미치는 이른바 잘나가는 30대 후반의 젊은이다. 다섯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으로 미국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고 있었고, 주위의 부러움도 사고 있었다. 하지만 모리를 만나면서 그는 여태껏 느껴 온 왠지 모를 공허감의 이유를 깨닫기 시작한다.

죽음을 앞둔 쇠약한 노인에게서 유능하고 잘나가는 한 젊은이가 인생의 의미를 다시 깨닫고 배우게 되는 것. 이건 사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인간사에 항상 일어났던 일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으로 축적된 삶의 지혜로 인해 언제나 젊은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었다. 젊은이들은 이러한 지혜를 감탄하며 배워 나갔고, ‘노인’은 문제 해결책의 보고로서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패러다임은 컴퓨터로 대별되는 현대에 오면서 급속히 바뀌었다. 노인은 더는 삶의 지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컴맹’으로, 삶을 따라가지 못하고 젊은이에게 의존하는 사람으로.

하지만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말로 시작하는 모리는 100년 전의 패러다임이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임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삶이 하루가 남았건, 50년이 남았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죽음을 앞둔 우리에게 모리는 우리 인생의 여러 사건을 주제로 가장 중요한 가치관들을 잃지 말자고 일깨워준다. 현재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나, 자신이 실패자라고 느끼는 사람 모두에게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함께 삶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 줄 흔치 않은 책이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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