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석의 도시와 건축]또 다른 세상, 지하공간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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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빈치 코드’를 직원들과 함께 봤다. 책의 줄거리를 음미하며 영화를 즐겼는데, 건축가로서 반가웠던 것은 루브르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 건축이 극적인 스토리의 배경이 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유리피라미드 건축에서 지하 공간으로 옮겨가는 동선이 눈에 띄었다. 이 건축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인 아이 엠 페이가 박물관 증축 프로젝트로 설계한 ‘작품’으로 유리피라미드의 조형성과 지하 공간의 확장을 도모했다.

이 건축은 루브르 궁전과 나폴레옹 정원 중앙에서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현대 산물인 유리 건축도 86톤이라는 무게에 비해 결코 비대해 보이지 않으며, 이를 통해 지하로 스며드는 빛은 기능적인 완성도를 높여 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루브르박물관은 약 6만 m²의 전시 공간을 확보했다.

지하로의 확장은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있는 고밀도 도시의 신축 증개축 프로젝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계 중 하나다.

한국에도 지하 공간 작품이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 그것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로 사람이 모이는 순기능만으로 보면 성공적이다. 코엑스몰은 유례없는 지하세계를 창조해냈으며 어떤 랜드마크적 상업 시설보다 위력이 대단하다. 코엑스몰로 인해 지하건축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서 코엑스몰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코엑스몰의 지하 공간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지상으로 이동하지 않아 지상과 지하의 단절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상의 호텔과 컨벤션을 잇는 광장이 모임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도 실상은 썰렁해 보인다.

이 문제는 지상과 지하를 잇는 조형미와 동선 유도, 내외부 공간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함으로써 지상이 공원이나 축제의 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명소로 자리 잡았을 듯하다. 이는 지하 공간의 방재 대책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코엑스몰의 건축적인 모티브가 약하고 도시 경관에 일조를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동 부근에서 보면 코엑스몰에 엄청난 규모의 지하 세계가 있다는 건축적인 의미를 가진 사인이 없다는 것이다. 루브르박물관 유리피라미드가 가진 상징성 및 지하 동선 유도라는 기능성과 코엑스몰이 대조되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은 대중 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볼 수 있듯 장점이 많다. 일본은 일찍이 지하철 역세권 주변이나 도심 재개발을 중심으로 입체 개발을 주도해 왔다. 이러한 입체 개발은 공학적인 연구를 비롯해 동선이나 상업 시설, 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 왔다.

국내외 이런 사례를 보면 앞으로 도시 확장과 관련해 지하 공간 개발의 다양성을 기대할 만하다. 지하 공간의 효율적 이용은 높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대지의 공간도 뛰어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도시 풍경이 바뀌지 않으며, 지하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 자체가 또다른 도시의 연출이며 지하 세계가 도시 공간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서울 시청이나 도심 네거리의 지하 공간이 자못 궁금해진다.

양진석 건축가·Y GROUP 대표 ygroupyear@hanmail.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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